가정은 가장 훌륭한 학교입니다
- 상처 받은 아이들
 
정현숙
 몇 년 전 중학교 3학년 담임을 맡았던 반에는 
 
1학년 때부터 줄곧 괴롭힘을 당해왔던 아이가 하나 있었다. 3월 말, 그 아이가 자기 아버지 욕을 했다는 이유로 쉬는 시간에 문구용 칼로 친구 머리를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학생이 크게 다치지 않고, 피해 부모님도 00의 사정을 듣고 너그러이 용서를 해 주셔서 다친 학생에 대해 치료비를 부담하고, 00가 심리치료를 받고 치료 것으로 일이 종결되긴 했지만 그 사건은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상처받고 있는 아이들에게 대해 더 많이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     ©남양주뉴스
 
 
 
 
 
 
 
 
 
 
 
 
 
 
 
 
 
 
 
 
 
 
 
 
 

00는 성장과정이나 가정환경이 불우한 아이다. 돌이 되기 전 엄마와 아빠가 이혼을 했고, 젖먹이 때부터 부모와 떨어져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그러다가 5학년 때 전학을 왔는데, 전학을 와서도 아빠와 살지 못하고 고모네 집에서 더부살이를 했다. 고모네 가족이 아무리 잘해주신다고 해도 눈칫밥을 먹는 신세와 서글픔이 아이의 내면에는 깊게 자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는 눈치를 잘 보고, 항상 어깨가 움츠러져 있었다. 가뜩이나 왜소한 체구에 어깨까지 움츠리고 다니니 보기에도 안쓰러울 때가 많았다. 친구들한테 멍이 들도록 맞고 들어와도 부모님이 찾아와 담임선생님과 상담하거나 항의하는 일조차 없었다. 아이들도 00가 그런 형편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더 무시하고, 때리거나 놀리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러던 00이의 부모님이 2학년 말에 생긴 폭행 피해 사건 이후로 재결합을 결심했고, 다행히 3학년 초부터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되었다. 00게도 가족이 생긴 것이다. 엄마, 아빠와 함께 살게 되었다는 게 기쁘고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적응해가는 과정이 서로에게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았던 것 같다. 00의 중얼거림, 짜증, 욕하기, 던지고 발로 차기 등의 행동은 집에서도 그대로 나타났기 때문에 엄마는 그런 00의 행동에 대해 지적하거나 잔소리하는 일이 많아졌고, 누나와도 자주 싸우고 다퉜다. 그러면 아버지는 혼을 내거나 때렸고, 엄마는 “못 살겠다.”, “그래 가지고 뭐가 될래?”, “차라리 우리 함께 죽어버리자.” 같은 말들도 하는 모양이었다. 

아버지는 평소에 얼굴을 대면하거나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해서, 어쩌다 한 번씩 마주치는 정도인데 00의 행동을 보면 버럭 화를 내거나 때린다고 했다. 00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00의 움츠러진 자세의 원인이 때리는 친구들이 아니라 아버지에게 있음을 알게 되었다.

00의 사건이 있은 후 학교에서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00에게 1주일간의 등교 정지와 정지 기간 중 심리치료를 받도록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다. 어떤 상담과 치료가 좋을까, 어떻게 해야 00의 다친 마음과 거친 행동을 원인부터 찾아 하나하나 치료해 나갈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수소문 끝에 서울 구치소에서 청소년 무료 상담을 해 주시고, 또 미술․음악 등 통합 심리치료를 전공하는 분을 소개받았다. 무엇보다도 그분이 적격이라고 판단한 건 집으로 방문하여 상담을 진행해 주신다는 점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아이도, 부모도 상담기관이나 치료기관까지 가는 게 어렵고 또 심정적으로 꺼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 거부감 속에서는 제대로 된 상담을 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00의 집에서 그림과 면담으로 심리검사가 진행되었고, 검사 결과 아이는 심각한 애정결핍, 피해망상, 과잉행동, 적응장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 선생님은 우려했던 것보다 아이의 심리적 상처가 매우 깊다고 하셨다. 상담선생님과 한 시간 가량의 상담이 있은 후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시며 모든 것을 감수하고라도 아이를 위해 치료를 시작하겠다고 말씀하셨다. 

치료를 받으면서 00는 정말이지 많이 좋아졌다.
 
 여전히 친구들과 장난치다가 욕을 하고, 다투기도 하고, 청소시간마다 내 머리에 불을 지피기도(?) 했지만 말이다. 우선 혼자 욕을 하며 중얼거리는 버릇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항상 어깨 속에 묻혀 있던 고개도 세상을 향해 당당히 나왔다. 당연히 움츠러진 자세도 많이 펴졌고, 웃음도 많아졌다. 무엇보다도 국어 두레를 새로 편성하는데, 다른 아이들이 00가 있어도 괜찮다고 할 만큼 친구들과의 갈등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아이들이 00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포용해 주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00의 부모님은 6개월이 채 못 되어 치료를 중단했다. 내가 보기엔 한 달에 60만 원이 넘는 치료비 부담이 너무 컸고, 치료비에 비해 아이의 행동은 좋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치료의 중단과 함께 00의 행동은 예전처럼 다시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도 00는 힘든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교사로서 가장 가슴이 아프고 절망스러울 때는
 
아이의 성장과정이나 가정환경에서 비롯된 상처나 아픔이 아이의 문제 행동으로 나타날 때이다. 담임의 관심이나 격려, 상담만으로는 한계가 너무 분명하여 힘에 부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언제, 어느 곳에나 이런 심리적 상처로 인해 고통받는 아이들은 늘 있고, 그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올 해 담임을 맡은 반에도 이와는 다르지만 친구들의 괴롭힘으로 인해 학교생활을 힘들어하는 아이가 있다. 필요한 때에 아이들이 적절히 심리적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담 시스템과 부모님들의 관심이 있어야만, 그리고 부족하고 모자라더라도 친구로서 감싸주고 이해해 주는 아이들의 너그러운 심성이 있어야만 학교생활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이 줄어들텐데……. 지금의 학교는 입시를 위한 공부와 경쟁 때문에 선생님도, 아이들도, 부모님들도 우리 아이들의 마음과 생활을 제대로 이해하고 감싸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지금 이 시간에도 부모의 이혼이나 가정불화, 친구들의 괴롭힘과 따돌림 때문에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워하는 아이가 있다는 걸 생각하면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기사입력: 2008/04/12 [18:08]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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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엄마 08/04/18 [13:04]
아이들을 기르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데, 좋은 선생님이 계시니 마음이 놓입니다.
좋은 말씀 많이 들려 주세요. 고맙습니다. 수정 삭제
정현숙 08/04/26 [23:16]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고민도 많고 부끄러울 때도 많습니다. 선생의 힘보다는 가정의 사랑과 보살핌이 아이들에겐 더 절실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교사도 노력해야겠지요. 아이들은 어른들이, 이 사회가 함께 키우는 것이니까요.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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