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과 여린 봄꽃을 죽이는 고엽제
'4.15 학원자율화(?) 추진계획'를 비판하며
 
정현숙
 어느 덧 중간고사 철이 되었다.

내가 가르치는 중학생들은 아침 8시~오후 4시까지 학교에서 아침 자율학습과 하루 6~7시간을 수업을 받고, 다시 학원에서 적게는 3~4시간, 많게는 6~7시간의 수업과 자율학습을 하고 밤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간다.

고등학교는 더 심해서 6~7시간의 본 수업 외에 1~2시간의 보충수업을 받고 밤 10시까지 자율학습을 한 후 다시 학원으로 가서 새벽 1~2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간다.

그리고 바로 쉴 수 있느냐? 천만의 말씀! 쏟아지는 과목별 수행평가와 과제를 하느라 새벽까지 그림을 그리고, 인터넷을 뒤져 보고서를 쓰고, 영어 단어를 외우고 해석을 해야 하며, 바느질도 해야 한다. 

 잠 잘 시간도 없이 병들어 가는 아이들

이런 일과를 소화하기에 아이들은 너무 벅차다. 그리고 피곤하다. 최소한의 잠잘 시간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은 아침도 못 먹고 학교에 오기가 일쑤고, 지각하는 애들도 더 많아졌다. 지각하면 아침부터 벌을 서고, 교실에 들어와서는 1교시부터 조는 아이들이 있으며, 오후 시간에는 아예 여기저기서 엎드려 자는 아이들이 속출한다. 그야말로 심각한 학습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어제는 우리 반에서 제일 덩치 좋고 건강한 녀석이 수업 중에 코피를 터뜨려 친구들과 선생님을 놀라게 하더니, 오늘은 한 녀석이 편도가 심하게 붓고 아파서, 두 녀석은 배탈이 나서 지각을 했다. 항상 밝은 웃음 지니고, 장난도 잘 치는 반장 녀석은 연일 계속되는 무리한 시험 공부 때문에 며칠 새 웃음도 가시고 얼굴도 누렇게 떴다.

토네이도급 광풍 4.15조치

현실이 이러한데, 이번에 새 정부가 발표한 4.15 ‘학원 자율화(?) 추진 계획’을 접하는 마음은 거의 절망에 가깝다.

4.15조치의 핵심은 그동안 금지시켜온 중.고등학교에서의 0교시 수업 부활, 성적에 따른 우열반 편성, 심야 보충수업의 허용, 사설 모의고사 금지 폐지, 수능 등급제 폐지와 점수화 등으로 요약된다. 또한 그동안 학교 현장의 투명성과 부패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금지 영역이었던 어린이신문의 단체 구독, 촌지, 사설 모의고사까지 합법적(?)으로 허용해 주고 있다. 게다가 수많은 교사, 학부모의 연대 노력으로 성취해낸 교복 공동 구매까지 금지하는 등 그야말로 지금 현재도 입시 때문에 괴로워하는 학생들과 사교육비로 휘청이는 학부모들의 근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무너져가는 공교육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토네이도급 광풍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공교육을 뿌리째 뒤흔드는 교육 정책들

지난 해 내가 참여하고 있는 학생생활연구회에서 78돌 학생의 날과 대통령 선거를 즈음하여 실시한 ‘학생 생활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입시로 인해서 자아존중감이 낮아지고(63.7%), 적성과 흥미에 맞는 자기 개발이 어려워지며(65.7%), 흡연이나 음주, 게임 등의 일탈 행동이 늘거나 줄지 않고(66.4%), 친구와의 관계가 나빠짐(62.4%)은 물론, 부모님과의 관계가 나빠진다(69.5%)고 대답했다. 이러한 통계는oecd 가입국 중 청소년 자살률이 1위인 우리나라에서 입시가 다른 어느 요인보다 학생들의 행복한 삶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명 ‘어린쥐(?) 정부’라 불리는 현 정부가 내놓는 일련의 교육 정책들-영어 몰입 교육, 영어 인증제 도입, 특목고 확대, 학생 선발권 대학 자율화, 기여 입학제 허용, 3월초부터 전국의 학교에서 시행한 초.중.고 진단평가 등등-은 한결같이 교육의 시장화, 학교의 학원화, 입시 경쟁 강화, 사교육 강화를 부추기거나 ‘자율화’와 ‘실용’이라는 명목으로 공교육을 뿌리째 뒤흔드는 정책들뿐이다. 그러니 이제 막 봄이 되어 새 잎과 꽃을 피우는 어린 생명들에 고엽제를 뿌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정현숙 기자는 호평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생활지도와 학급 운영에 관한 관심과 애정이 깊습니다.
 
기사입력: 2008/04/26 [01:43]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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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08/04/27 [12:36]
깊이있는 선생님 글 잘 보고 있답니다. 어린쥐 정부라는 말에 실소를 멈추지못했답니다. 정말 이나라의 교육이 어디로 가려는지 학부모로서 걱정이 많습니다.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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