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잊고 있는 오래된 이웃
경춘선 금곡역을 찾아서
 
오미영
기차, 말만 들어도 아련한 향수
 
 길게 기차가 지나가는 풍경은 사람들에게 정겨움과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멀리서 기적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기차를 보면 저절로 손을 흔들고 싶어지지 않는가.
기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도 파노라마로 바뀌어가는 풍경을 향해 손수건 같은 손을 흔들어 줄 것이다. '기차' 라는 말만 들어도 우리 가슴은 어느 결에 아련한 향수에 젖는다.

 동화같은 낭만이 서린 곳. 서민들의 애환을 보따리에 담아 꼬질꼬질한 일상과 이야기를 실어 나르던 곳.
 기차가 자동차와 대중버스에 밀려 우리 주변에서 멀어지면서 기차역도 사람들 기억의 후미진 뒷방으로 물러 앉게 되었다.
 
 
▲ 금곡역     © 금곡역
멀리 홍유릉을 마주보고 있는 낮은 구릉, 육교와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언덕에 금곡역이 숨어있다.

일제 말이던 1939년 경춘철도주식회사에 의해 금곡리역(보통역)으로 개찰을 시작한 금곡역은 해방 이듬해 국유철도에 편입되었다. 얼마 안 있어 1950년 6·25동란에 역사(驛舍)가 소실되었다. 지금의 역사는 1958년 10월에 준공되어 50년째 옛 모습 그대로 이 자리를 지켜 오고 있다.
 
 경춘철도 청량리역에서 남춘천 구간, 하루 38회 무궁화호 상, 하행선이 이곳을 통과해 가는데 그 중 10 회의 여객선은 정차하지 않고 이 역을 지나친다.
사람들 발길이 뜸해지는 시간대에, 보다 빠른 여객 운송과 경제성을 고려해 이런 소규모의 역은 지나치며 운행하고 있다. 하루 두번, 화물선도 이 역을 지나간다.

 자동차나 버스를 타고 역 앞을 자주 지나면서도 열차를 이용할 일이 거의 없어서 찾게 되지 않았던 기차역. 취재차 찾아 간 금곡역은 소박하고 단정한 외양에 낮시간이어서인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최근 주변에 세워진 도농역, 호평역, 양정역, 덕소역의 산뜻한 모습과는 대조되는 풍경이다.
거대하고 세련된 각종 편의 시설이 들어서서, 시시각각 운행정보를 알려 주는 전광판과 자동화된 개찰 시스템을 보유한 이런 전철역에 가면 왜 그리 마음이 바빠지는지......빨리 그곳을 벗어나고 싶고, 괜히 초조해지고, 다른 사람들처럼 뛰어야 될 것 같아 자꾸 시계를 들여다 보게 된다.
 
고즈넉한 금곡역을 찾아서
 

▲ 금곡역     © 금곡역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금곡역 밖에는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너른 마당이 있다. 그 한켠에 긴 벤취가 줄지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혼자 앉아 얇은 책 한 권 쯤 읽다 가도 좋을 것 같은 자리이다. 
영산홍, 라일락 등 주변에서 날아온 봄꽃향이 난만한 역사안으로 들어서니 권순하 부역장님이 반갑게 맞아 주신다. 3 명이 한 조로 주간 이틀, 야간 이틀, 쉬는 날 이틀, 6일 단위로 순환하면서 근무하는데 역장실 옆 작은 공간에 마련된 싱크대 등의 주방시설이 눈에 띈다. 3 명이 함께 근무해도 서로 맡은 역할이 다르고, 항상 동적인 상태로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조건이어서 여기서 식사를 직접 해결한다고 한다.
 
언젠가 겨울에 이곳을 찾은 적이 있었다. 좁은 대합실 안에 피워 놓은 난로에서 펄펄 끓는 주전자 물을 따라 마시며 따뜻한 옛 정취에 빠졌던 기억이 난다.
플랫포옴에 있는 정자는 1999년 겨울에 세워졌는데 금곡역의 고풍스런 정취와 역무원들의 친절함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다.
몇해 전에는 역무원들이 틈틈이 가꾼 국화 전시회를 보러 왔었다. 늦가을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마당에서 탐스럽게 키운 국화꽃과 시낭송대회, 시민 노래자랑, 먹거리 등 가을 저녁의 풍성한 잔치 마당이 펼쳐지던 곳이다.
 
요즘은 서울과 춘천으로 통학하는 400여 명의 학생들이 정기권을 가진 주요 고객이고, 주말과 휴일에 행락객이 일시적으로 몰리는 정도여서 평일 낮시간은 대체로 한가하다.
 
우리 곁을 떠나려는 '정겨운 공공성'
 
경춘선 복선 철도가 완공되는 2010년 말쯤되면 이 아름답고 오래된 금곡역과 헤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현대식으로 잘 지어지고 있는 새 역사에 임무를 내어주고 이 정겨운 역사는 우리 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예전의 국영 철도청에서 정부투자기업인 철도공사로 운영관리체계가 변화되더니 새 정부 들어서 철도 민영화 계획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 기차표 한 장 땀 묻은 손에 쥐고 창밖으로 휙휙 지나가는 풍경들을 바라보던 기억도 함께 떠나가려 한다. 누구에게나, 아무리 무거운 짐이나 기차표 한 장으로 몸을 얹을 수 있던 철도의 '정겨운 공공성'조차 오래된 이 금곡역과 함께 사라지려 하고 있다. 
 
오래되고 낡았지만 외할머니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서 편안하게 사람을 맞아주던 곳. 지나날의 추억과 낭만이 남아 있는 곳. 느리지만 한숨돌려 쉬게 하는 곳........ 이런 곳을 이제는 주변을 둘러봐도 쉽게 만나기 어렵다. 

우리는 점점 숨이 차고 메말라 간다.
너무 쉽게 버리고 너무 빠르게 변한다.
어디를 향하여 이렇게 달음박질치는가.
사라져 갈 금곡역에게 이렇게 물어 본다.  

"너는 어디로 떠나가니?" 

본지 편집인.
 
기사입력: 2008/05/08 [21:45]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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