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안전한 밥상'을 위하여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에 반대하며
 
정현숙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교무실로 가려는데, 우리 반 교실에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모여 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하고 있다.

“얘들아, 점심 먹으러 안 가고 뭐해?”
“토론 중이에요.”
“무슨 토론?”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온다는데, 지금 밥이 넘어가요?”
“선생님 우리도 촛불 집회 가요.”
“ai가 번지고 있는데, 점심 메뉴로 닭 칼국수가 뭐예요?”
“맞아요. 학교 밥 못 믿겠어요.”

‘우리 아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대견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면서, 시험 기간이라고 교과 진도 나가기에 바빴지, 애들이 걱정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별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있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어제 모임에서의 화제도 역시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 얘기였다. 서울에 있는 여고에서 근무하는 선생님은 이번에 애들한테 많이 놀랐다고 한다. 쉬는 시간이면 학생들이 모여 앉아 종이컵을 오리고, 초를 끼우고, 선전물까지 만들어 밤이면 교복을 입은 채로 친구들과 함께 광화문으로 간다고 했다. 어떤 선생님은 가족들과 함께 청계천에 나갔다가 촛불 집회에 나온 졸업한 제자들을 만나 함께 촛불을 들고 ‘쇠고기 협상 전면 백지화’를 외치다가 왔다고 한다. 또 어떤 학교에서는 학생회가 나서서 ‘미국산 미친 소 수입 반대’, ‘불안해서 못 먹겠다. 학교 급식 바꿔 달라’는 요구를 하며 서명운동을 벌인다고도 했다. 또 온라인에서 펼쳐지는 대통령 탄핵 1000만 명 서명 운동에 이미 120만 명 이상이 동참하고 있다.

▲ 1만 명 가량의 참석자     ©이시백
그런데도 정부는 이러한 학생들의 자발적인 촛불 집회 참여를 ‘괴담’, ‘배후조종’ 운운하며 진실을 왜곡하고, 일선 학교에 공문을 내려 보내 학생들의 촛불 집회 참가를 적극으로 막으라고 지시했다. 또 학교에서는 가정 통신문을 보내 안전을 위해 학생들이 집회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하라고 학부모들에게 부탁(?)을 하는가 하면 교내 방송이나 조회․종례 시간을 이용해 촛불 집회에 참가하면 벌점을 주거나 교칙에 따라 처벌하겠다고 협박(?)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보지 못하고, 자발적인 의사를 표현하는 학생들을 괴 소문에 조종당하는 생각 없는 군중들로 몰고 가고 있는 보수 언론과 정부․여당의 태도에 화가 날 지경이다.

지금 아이들은 우리 사회와 정부, 특히 대통령에 대해 불만이 많다. 영어 몰입 교육, 0교시 수업, 우열반 편성, 심야 학원 수업 허용, 자율학습 시간 연장 등으로 가뜩이나 입시와 공부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더니 광우병 우려가 높은 쇠고기까지 미국의 요구대로 다 내주고 수입을 개방하고 나서는 정부에 대해 이젠 불만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소풍 가는데 차가 막히는 것도 mb 때문이라는 웃지못할 유머까지 나오는 게 아닌가!

우리 아이들은 인공 색소와 화학 첨가물로 뒤범벅이 된 과자와 인스턴트식품들, 원산지 표시도 되지 않고 유통기한도 무시한 식재료로 만들어지는 급식, 간편하고 입이 즐겁다는 이유로 생각 없이 사 먹는 패스트푸드로 인해 생명과 건강이 총체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는 단순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데서 우리의 요구가 멈춰서는 안 된다.

유전자 조작에 의해 재배된 곡물 수입을 반대하고, 그런 재료로 만들어진 식품 회사의 제품을 사지도 먹지도 말자고 요구해야 하며, 아울러 아이들의 안전한 먹을 거리를 위해 학교 급식에 수입 쇠고기나 원산지 표지가 되지 않은 식재료를 전면 금지하는 데까지 요구를 확대해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이참에 육식 위주의 먹는 습관이 우리의 몸을 얼마나 병들게 하는지, 라면과 햄버거, 치킨과 피자 같은 아이들이 즐겨 먹는 음식들이 얼마나 해로운지에 대해서도 다시 교육해야 한다.

정현숙 기자는 호평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생활지도와 학급 운영에 관한 관심과 애정이 깊습니다.
 
기사입력: 2008/05/10 [12:54]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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