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에 띄우는 편지
이보다 더 행복하고 감사한 삶은 없다
 
정현숙
 초록의 산과 들, 파란 하늘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맞이하며 시작하는 5월의 아침은 싱그럽기만 합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저 푸른 초록이 내 몸과 마음에도 물들어 스스로 푸르러지고 있음에 감사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오늘은 스승의 날!

▲ 스승의 날     © 정현숙
해마다 이 날이 되면 아이들을 만나 가르치고 배우며 사는 삶에 새삼 감사함을 느끼면서도 한없이 부족하기만 한 내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교사로서의 저의 삶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됩니다.

어느 새 꼬박 16년을 교사로 살아오면서 힘들고 괴로울 때도 많았고, 때론 그만두고 싶을 만큼 상처 입고 속상할 때도 있었지만 작은 관심과 사랑에도 고마워하며 성장해 가는, 그리고 사회 곳곳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제자들을 볼 때면 제가 교사가 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제는 오래 전 제자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12년 전에 담임을 했던 아이지요. 집안이 어려워 초등학교 때부터 하던 운동을 그만두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도 많이 하고 사고도 많이 쳤던 녀석입니다. 미래에 대한 답답함과 혼돈스런 현실 때문에 밤이면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아이이기도 합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모든 선생님들의 마음이 다 그러하겠지만 안정적인 가정에서 별 탈 없이 자란 범생이들보다는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라 이런저런 굴곡 속에서 방황하고 괴로워하는 아이들에게 선생님들은 더 많이 마음을 쓰고 힘을 쏟게 됩니다. 마음 같아서는 그 아이들의 아픔과 슬픔을 모두 치유해주고 싶고, 아이들이 하루 빨리 방황을 접고 열심히 공부하며 살아가길 바라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 아이도 그랬습니다. 수없이 얘기하고 타이르고,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집으로 찾아가고, 집에도 없으면 거리를 찾아 헤매기도 했습니다. 어느 술집에서 일하고 있는 녀석을 만나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언젠가는 네가 네 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너는 지금의 방황을 이겨내고 잘 될 거라고, 나는 믿는다고 말해주는 것뿐이었습니다.

그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저는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먼 곳으로 지역을 옮기게 되었고, 지금처럼 휴대폰이 있던 시절이 아니었으므로 아이들과도 연락이 뜸해졌습니다. 가끔씩 그 아이의 동기 녀석들한테 안부를 묻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잘 모른다고 했고, 어느새 그해 담임을 맡았던 아이들은 군대를 가고 사회생활을 해 나가느라 연락이 거의 끊겼습니다.

그런데 어제 그 녀석한테서 연락이 온 것입니다. 교육청 홈페이지에 가서 스승 찾기를 통해 제가 근무하는 학교를 찾아 연락하는 거라고, 너무 늦게 연락해서 죄송하다면서 큰 꽃다발까지 보내왔습니다. 그 꽃에 녀석의 웃는 얼굴이 겹쳐지면서 고마움과 반가움에 눈물이 났습니다.

우리 사회가 좋은 점수를 얻어 이름 있는 대학을 나와 돈 많이 벌고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만을 성공과 가치 있는 삶의 척도로 삼고 있으니,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도매시장에서 일하는 그 아이의 30년 인생은 참으로 보잘 것 없어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름의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면, 그리고 방황의 과거를 거울삼아 잡지 못하고 흘려보낸 시간만큼 더 노력하며 살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자기 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거라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 하네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낯선 길 가려 하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이라고 어느 노래의 가사는 말합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만나고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제가 가장 해 주고 싶은 말입니다.

저는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학교라는 곳에서 더 나은 시험 점수를 꿈꾸기보다 좋은 친구를 만나고, 그 만남을 통해 자신을 키우고, 꿈을 찾는 사람들이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거창한 꿈이 아닐지라도 자신과 세상을 이롭게 하는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그래서 언젠가 그 꿈을 닮아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교실에 들어서려는데 우리 반 녀석들이 교실 창문에 신문지를 잔뜩 붙여 놓고 깜짝쇼를 준비하고 있더군요. 교실 문을 열자마자 교실 가득 풍선을 붙여 놓고, 스프레이와 폭죽을 뿌려대며 축하 노래를 불러 주었습니다. 찐~한 감동!

보잘 것 없는 제 인생, 그러나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만은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행복한 사람이 됩니다. 이런 사랑 받고 있는 사람, 몇이나 될까 생각하며 온 가슴이 기쁨과 감사함으로 가득 찹니다.


            -2008년 5월 스승의 날에

                             천마산 자락에서 못나리자 띄웁니다.

정현숙 기자는 호평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생활지도와 학급 운영에 관한 관심과 애정이 깊습니다.
 
기사입력: 2008/05/16 [22:53]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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