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낫기 위한 “명현반응”을 아시나요?
생명살림자연의학 ( 6 )
 
고재섭
 3년 전 잦은 두통과 소화불량 때문에 어떤 주부와 상담하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얘기를 나누어보니, 빵과 우유 위주의 식사가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단식을 통해 식생활 개선을 권유하게 되었는데 단식이 끝나갈 무렵 저에게 질에서 분비물이 많이 쏟아진다면서 걱정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단식 동안에 몸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은 무엇이든지 좋은 현상이에요. 몸이 알아서 스스로 나쁜 것들을 빼내 주고 있으니까요.” 하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최근 이 주부를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백일을 지낸 예쁜 딸아이를 안고 있었습니다. 오랫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 걱정을 해왔는데, 작년에 아이가 태어나 행복한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딸을 낳게 된 것은 아마도 그때의 단식 덕분인 것 같아요.”

명의들이 발견한 현상들

“명현 반응” 또는 “명현 현상” 이란 용어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겁니다. 음식을 익힌 음식에서 살아 있는 음식으로 바꾸거나 단식 등 몸을 청소하며 돕는 과정을 실천하다 보면 위의 주부처럼 분비물이 쏟아지는 것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게 되지요. 이 증상은 질병이 있을 때 나타나는 증상과 비슷하여, 경험이 없으면 혹시 몸이 나빠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여 무척 당황하게 됩니다. 명현 반응의 종류는 다양한데 대개는 독감 비슷한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머리가 아프거나 관절이나 근육이 쑤시기도 합니다. 목에서도 통증을 느낄 경우가 있으며 때로는 오한이 들고, 땀을 흘리며 구토증세나 현기증이 있기도 합니다. 인체의 분비물이 갑작스럽게 증가하는 수도 있으며 우울증 증세가 나타날 때도 있습니다.

명현반응은 한의학 고서에 “약이 명현하지 않으면 병이 낫지 않는다”고 알려져 주로 한의학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병을 치료하면서 주의 깊게 환자를 관찰해온 명의들은 병이 낫기 전에 병이 도지는 현상이 있다는 것을 관찰해 왔습니다. 서양의 자연의학에서는 이를 일컬어 “치유의 위기”(healing crisis)라고 합니다. 때로는 서양의학에서 이를 관찰 보고한 독일의 피부과 의사 헥스하이머 형제의 이름을 따서 “헥스하이머 반응”(herxheimer reaction)이라고도 합니다. 헥스하이머 형제는 둘 다 피부과 의사였는데 매독으로 인한 피부질환을 치료하면서 많은 환자들이 낫기 전에 독감 비슷한 증상을 겪을 뿐 아니라 피부 질환의 범위도 더 넓어지고 심해진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명현반응은 그 이름이 어떠하든, 모두가 인체가 몸 안의 독소를 처리하면서 나타나는 증상을 말합니다. 우리의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건을 만들어주면 인체는 알아서 우리 몸을 해롭게 하는 독소들(살충제나 화학제품과 같은 환경 독소, 병원체나 기생충 같은 생물 독소, 이산화 탄소, 활성산소 같은 대사 독소, 식품첨가제, 보존제, 착색제 같은 식품 독소 등)을 제거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독소 제거가 인체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 범위를 넘어서면서 질병에 걸린 것과 비슷한 증세를 겪게 됩니다.

저는 명현반응을 이해시키기 위해 종종 배수구를 비유로 듭니다. 가을이 되면 배수구는 쌓인 낙엽으로 점점 좁아지게 됩니다. 겨울이 되면 좁아진 배수구로 나마 물이 흐르고는 있지만 제대로 기능하게 하려면 배수구를 청소해 주어야 합니다. 봄철이 되어 배수구에 쌓인 낙엽을 청소하면 일시적으로 물이 혼탁해지는 과정을 거친 후 맑은 물이 시원스레 흐르게 되는데, 이렇게 우리 몸도 깨끗하고 시원한 순환을 위해,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주어 청소를 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독소들이 빠져나오면서 눈앞이 캄캄해지고[瞑] 어지러운[眩]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명현반응의 법칙

명현반응은 일정한 법칙이 있습니다. 명현은 몸 안에서  밖으로, 머리에서 아래로, 그리고 병이 일어났던 역순으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이 법칙은 발견자인 미국 동종요법(同種療法: 자연의학의 일종으로서,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하면 지금 앓고 있는 질병과 같은 증상을 일으키게 될 약물이나 치료제를 처방하는 치료법을 말함)의 아버지 콘스탄틴 헤링의 이름을 따서 헤링의 법칙(hering’s law)이라고도 합니다. 이 법칙에 의하면 질병이란 몸 안의 문제가 밖으로 드러난 것이며 치유가 되는 것도 몸 안이 먼저 치유되고 나서 몸의 바깥 부분도 치유가 일어나게 됩니다. 예를 들면 관절염의 경우, 단지 뼈마디의 염증이 문제가 아니라 인체 내부의 대사 과정, 인체의 화학적인 기능의 문제부터 고쳐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명현반응은 또한 머리에서부터 먼저 일어납니다. 우리의 마음은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 약물, 기타 물질들의 영향을 받습니다. 마약과 같은 향정신성물질이 가장 좋은 예라고 하겠습니다. 해독 과정 중에는 과거의 부정적인 정서나 기억도 되살아나면서 치유됩니다. 과잉행동 장애, 학습 장애, 월경전증후군 등도 모두 정서의 문제와 닿아 있습니다. 우리의 몸이 깨끗해지기 전에 먼저 머리(마음)부터 정화되는 것입니다.

명현반응에서 또 하나의 흥미로운 법칙은 병이 일어난 역순으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명현 기간 동안에 인체는 과거의 병을 찾아내어 치료를 하기 시작하는데 가장 최근에 일어난 병의 증세부터 먼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포천에 사시는 한 70대 노인은 단식 중 최근에 앓았던 치통을 겪더니 이어서 젊은 시절에 겪었던 늑막염 증세를 다시 겪고 있다면서 신기해 했습니다.

명현반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좋은 치료 과정 중에 있다가도 질병반응인줄 알고 화들짝 놀라 중단하기 쉽습니다. 명현반응과 질병반응과 다른 점은 그 지속 시간이 짧고, 나타나는 현상도 헤링의 법칙을 따른다는 점입니다.

우리 모두는 누구나 몸 안에 최고의 의사를 모시고 있습니다. 알기 쉽게 우리가 “자연치유력”이라고 부르는 이 의사는 우리가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훌륭하고도 완벽하게 우리 몸을 건강한 몸으로 만들어줍니다. 명현반응은 휴업중이던 의사선생님이 다시 진료를 시작하였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이 원고는 2007년 “참소중한 당신”에도 게재되었습니다. ]

고재섭 기자는 우리 약초와 안전한 먹을거리에 관한 깊은 관심과 연구에 힘쓰고 있습니다. 현 생명살림 자연의학연구원 원장.
 
기사입력: 2008/05/27 [22:30]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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