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의 해법을 찾아서
경쟁 중심의 교육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해법은 없다
 
정현숙
스승의 날을 즈음한 어느 날 학년부장님이 조용히 찾아와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왔다. 우리 반의 ○○가 동급생들에게 심각한 폭행을 가했고, 피해 학생들은 ○○가 무서워 학교에도 못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는 2학년 때도 비슷한 사건으로 사회봉사 처분을 받은 적이 있었다. 처음 이 학교로 부임해 와서 담임을 맡았을 때 선생님들이 요주의 1호 인물로 나에게 지도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귀띔을 해 준 터라 학기 초부터 어머니와 서신도 주고받고, 수시로 아이를 관찰하며 상담을 해 오고 있었다.

우려했던 사건이 터지다

내가 담임을 하며 관찰하고 상담해 본 결과 ○○는 편모 밑에서 자라온 아이로, 학습 의욕은 심각하게 떨어져 있는 상태고 선생님들에 대한 불신이 깊었으며, 도덕적인 판단과 준법성이 매우 낮은 아이였다. 하지만 인정 욕구가 높고, 운동을 잘 했으며, 정에 약한 아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새로 담임을 맡은 나에게는 나름대로 유순하게 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지각도 자주 하고, 담배를 피우고 와서 걸리기도 했지만 그런 행동이 하루 아침에 고쳐질 수는 없는 것이므로 나는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아이를 따로 불러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새로운 마음과 각오로 학교생활에 충실하라고 다짐을 주곤 했다. 무엇보다도 친구들에게 위협을 주는 말이나 행동을 삼가도록 당부하고 수시로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어머니와도 자주 연락을 했다. 그런 지도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만 것이다.

조사를 해 보니, 다른 학교에 다니는 자신의 친구를 욕한 아이를 찾는다며 피해 학생들을 건물옥상으로 불러 폭행을 하고, 다른 학교 친구들과 싸움도 시켰다고 한다. 또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휴대폰과 문자로 협박을 하고, 당연히 선생님이나 부모님한테 알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도 했다고 한다.

동급생을 향한 무서운 폭력, 피해 학생들의 아픔과 설움

피해 학생들은 보복이 무서워 피해 사실을 말하려 하지 않았고, 학교에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가까스로 피해 학생들을 설득하여 부모님과 동행한 상태에서 학교에 나오게 한 후 피해 사실에 대해 인터뷰와 서면으로 확인을 하였다. 며칠 만에 학교에 온 아이들은 보기에도 몹시 겁에 질려 있었고, 부모님과 선생님 앞인데도 ○○가 자신들을 해코지 할까봐 무섭다고 했다. 그리고는 속상하고 억울한 마음에 복받치는 울음을 울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와 다른 학생과 선생님도 가슴이 아파 눈물이 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가해 학생의 어머니도 부끄럽고 죄스러운 마음에 피해 학생 어머니의 손을 잡고 사죄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런 사건의 경우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가 우선이므로 학교에서는 바로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어 가해, 피해 학생에 대한 지도 방법을 놓고 2시간여 동안 협의를 계속했다. ○○의 행동은 피해 학생들에게 엄청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준 것이었고,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다른 피해 학생들도 있었으며, ○○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두려워하거나 학교에 오는 게 무서운 아이들이 있는 상황에서 권고 전학을 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다. 솔직히 말해 ○○의 존재가 담임으로서도 큰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학교로부터 배제는 올바른 지도를 포기하는 것

하지만 이와 같은 학교 폭력 사건의 경우 가해학생에 대한 조처가 전학으로만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피해 학생들이나 부모가 강력히 전학을 요구하면 학교 측에서는 그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그런 요구를 수용하여 결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만약 경찰에 신고를 한다면 아이는 법적인 책임을 질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그러나 전학이나 법적인 조치가 과연 이 아이가 스스로 저지른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다시는 자신보다 약한 친구들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있을지 강한 회의가 들었다. 오히려 그런 조치들이 아이에게 사회와 학교, 어른들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고, 그래서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보다는 가해 학생들에 대한 보복심만 커지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컸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정 불화, 부모의 이혼 등으로 상처를 많이 받았고, 자라면서 주변으로부터 긍정적 강화를 받지 못한 ○○같은 아이들에게는 더 많은 관심과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위원회에 모인 위원님들에게 강력히 호소했다. ○○가 저지른 죄만큼 강력한 벌은 주되, 전학과 같이 아이를 학교로부터 배제시켜서는 안 된다고. 이 아이에게는 봉사와 상담을 통해 진정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의 말과 행동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는 교육과 상담의 기회를 마련해 주자고!

다행히 교장, 교감 선생님뿐 아니라 피해 학생의 부모님과 담임선생님들도 그에 동의를 해 주셔서 ○○에게는 등교정지, 등교정지 기간 중 장애인 복지시설에서의 사회봉사, 그리고 전문 상담 기관에서의 상담 권고 등의 결정이 내려졌다.

그 결정을 실행하기 위해 학교폭력예방재단, 청소년폭력예방재단, 남양주시 청소년상담센터, 1388 청소년 상담전화(긴급구조 지원단), 학교폭력sos지원단, 학교폭력예방교육센터 등 여러 곳에 문의하여 ○○와 피해 학생들의 상담, 지도를 도와줄 프로그램과 지원방법을 알아보았다.

적절한 상담과 치료가 절실, 하지만 현실은…

그런데 거의 모든 단체나 기관의 프로그램이 피해 학생 위주로 되어 있고, 가해 학생을 위한 지도 프로그램은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피해 학생의 경우도 상담을 신청해도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관도 주로 서울에 밀집되어 있어 필요한 시기에 아이들이나 부모님들이 상담이나 치료 차원의 지원을 거의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몇 년 전 다른 학교에 근무할 때 인연이 닿았던 청소년 폭력 전문 상담사 선생님께 어렵게 부탁하여 피해 학생들에 대한 심리검사와 상담치료 지원 방법 등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렸다. 바쁘고 힘든 상황에서도 선생님은 1주일 후 시간을 내어 직접 학교로 방문하여 피해학생, 학부모님의 심리검사를 해 주셨고, 그 결과와 이후 조치 방법에 대해 담임, 학생과 선생님들에게 조언을 주셨다. 검사 결과 피해 학생들은 학교 폭력으로 인한 위협과 두려움보다도 가정불화, 부모님과의 대화 부족, 그리고 어릴 때부터 내재된 문제 등으로 인해 심각한 우울증과 적응 장애, 무의욕 상태를 보이고 있어 상담 치료를 받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지역 안에서 그런 사람을 구하기는 너무나 어려운 실정이었다. 수소문한 끝에, 다행히 우리 지역에 계시는 상담 자원봉사자 선생님과 연결이 되어 다음 주부터는 심리 치료를 겸한 상담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는 5일 동안의 장애인 복지시설 봉사와 등교 정지 처분을 마치고 지금은 학교에 돌아와 정상적으로 생활을 하고 있으며, 6월 한 달간 매주 2회씩 남양주시 청소년상담센터에서 자아 성찰과 대화 기법, 분노 조절 등의 상담 지도를 받게 된다.

이렇게 일이 진행되기까지 3주 동안은 담임으로서, 그리고 학생과 선생님으로서 길고 답답한 터널을 지나온 기분이다. 

학교 폭력은 사후 처방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몇 번의 학교 폭력 예방 교육만으로는 점점 거칠어지고 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내버려진 아이들을 학교가 지도하거나 책임질 수는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하지만, 학교 폭력 예방의 가장 빠르고 정확한 대책은 가정과 학교의 관심과 사랑이다. 그것만이 피폐화되고 자기 중심적인 아이들의 폭력적 행동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학생들에게 공부만 시키고, 경쟁만 시키는 학교와 사회의 모순된 교육 현실을 바꾸는 것이라는 걸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다.

정현숙 기자는 호평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생활지도와 학급 운영에 관한 관심과 애정이 깊습니다.
 
기사입력: 2008/06/07 [00:02]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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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영엄마 08/06/13 [15:42]
갈수록 세상이 험해져서 아이 키우는 데걱정이 많았는데 선생님 글 읽으니 큰 도움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말씀 많이 부탁드려요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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