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에 낚이다
낚시 이야기 2
 
이상기
 낚시에 내가 낚인 것은 이십 년 전쯤 된다.

신혼 초에 처음 보는 낚싯대가 돌아다녔다. 장인이 쓰시던 낚싯대라는데 아내가 가져온 모양이었다. 마침, 공휴일을 맞아 강원도 춘천의 청평사로 봄나들이를 가게 되었는데 아내가 그 낚싯대를 꺼내들고 가져가자고 한다. 낚시라고는 어려서 대나무 장대에 철사를 두드려 만든 낚시를 들고 형들을 따라 샛강(지금의 수색 부근)에 갔다가 온종일 땡볕에 고생만 잔뜩 하고 돌아온 악몽 밖에 없던 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런데 아내가 그냥 들고 가 보자는 말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 ‘낚싯대’라는 걸 처음 집어 들었다. 청평사 선착장에 도착하니 푸르스름한 물이 바로 발끝에 와 닿는데, 일찌감치 산에서 내려와 배를 기다리자니 무료했다. 그때, 아내가 낚시를 한 번 해 보라고 권했다. 시간이나 죽이자고 낚싯대를 꺼내 주섬주섬 꿰어 맞추기는 했다. 문제는 올가미처럼 오무라진 낚시바늘에 무얼, 어떻게 달아야 하는지 난감했다. 알록달록한 찌라는 것도 어디에 매달아야 하는지는 더욱 알지 못했다.  

 마침 선착장 부근 가게에 ‘낚시’라고 적혀 있어 그리 가 물었다. 가게 주인이 한심하다는 얼굴로  가르쳐준 것은 “먼저 원자탄을 풀고, 떡밥을 매달라”는 것이었다. 원자탄이라는 엄청난 말에 주눅이 들었는데, 주인은 큼지막한 깻묵가루 봉지를 건넨다.

잘 모를 때는 용감해진다는 말이 맞다. 물에 반죽을 해서 콩알만큼 미끼를 달아 넣는데, 감감 무소식이다. 낚시를 처음 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갖는 환상이겠지만, 낚시를 물에 담그면 바로 고기가 물어 주리라는 기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너져갔다. 시간은 얼마 없고, 고기는 안 잡히니 아내가 권하는 대로 원자탄이라는 걸 주먹 만하게 뭉쳐서 말 그대로 원자탄처럼 물 속에 풍덩풍덩 던져 넣었다. 

그리고 또 얼마를 기다렸을까. 꿈쩍도 않던 찌가 꿈틀거리는가 싶다. 잘못 본 것인가 싶어 내버려 두는데, 찌가 아예 물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물에 빠진 찌를 건져 올리려고 슬며시 낚시대를 들어올리는데, 무언가 돌에 걸린 듯 나오지를 않는다. 이거 봐라. 힘을 주어 낚싯대를 끌어 올리자, 무언가 부르르 떨리는 느낌이 손에 와 닿는다. 고기가 물었을 때, 낚싯대를 어떻게 채야 하는지도 모르던 나는 본능적으로 낚싯대를 허공으로 들어올렸다.

찌익, 소리를 내며 활처럼 휘는 낚싯대에 가슴이 터질 듯이 울렁거렸다. 무언가 깊은 물속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가느다란 줄을 타고 나와 힘을 겨룬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하기만 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서서히 물 위로 떠오른 것은 내 팔뚝보다 더 굵고 큰 고기였다. 비늘을 번질거리며 물 위에 떠오른 녀석은 곧 물속으로 곤두박질치며 용을 쓰기 시작했다. 눈앞에서 상어만한 고기를 본 아내와 나는 어쩔 줄 모르고 낚싯대만 들고 제자리에서 발만 굴렀다. 끌고 나가려는 고기에 맞서 나는 낚싯대를 들고 산 위로 올라갔다. 생각해 보라. 낚시줄을 사이에 두고 물 속의 물고기와 줄다리기를 하며 자꾸 산으로 기어 올라가는 내 모습을.

마침 지나던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달려와, “와, 크다!”는 외침과 함께 이리저리 조언을 쏟아 놓았다. “대를 세워요. 대를!” 그게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몰라 엉거주춤 있는 사이에, 용케도 고기는 물 가장이까지 끌려나왔다. 물가에서 한 걸음도 안되게 끌려나온 고기가 마지막으로 버둥거리는데, 옆에서 보고 있던 사람이 급한 김에 줄을 손으로 잡아 올렸다. 물 밖으로 머리를 내놓은  녀석은 족히 두어 자는 되고도 남았다. 모두 그 크기에 입을 벌리는 순간, 줄에 매달린 고기가 몸을 뒤채는가 싶더니, 풍덩 물속으로 빠지는 게 아닌가.

빈 줄에 매달린 반이 동강난 낚시 바늘을 바라보며, 나는 어이가 없었다. 그런 큰 고기를 만난 것도 놀라왔지만, 일순간에 눈앞에서 다 잡은 고기를 놓친 허탈감에 온몸에서 힘이 다 빠져나갔다.

그 뒤로, 나는 쉬는 날마다 낚싯대를 짊어 매고 물가에 앉아 있게 되었다.

물가에 앉아 온종일 멀거니 찌만 바라보고 있는 낚시꾼들을 볼 때마다 참 한심하고, 이해가 안되는 사람들이라고 여겼는데, 막상 내가 그 처지가 될 줄이야. 그 뒤로 십 여 년 동안 나는 거의 낚시바늘에 걸린 고기처럼 물가를 헤매고 다녔다. 흐릿한 물 속에 대를 담그고, 내가 놓쳐 버린 그 대어가 다시 바늘을 물고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상상만 해도 내 가슴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기사입력: 2008/06/07 [09:08]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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