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텅구리'라도 좋아!
낚시꾼이 만든 말들
 
이상기
©manuel lao
낚시에는 참 재밌는 말들이 많다. 
  그런 말들을 듣다 보면 새삼 낚시꾼의 기발한 조어술에 탄복하기도 한다.

 주로 밑밥으로 쓰는 깻묵 가루를 가리켜 ‘원자탄’이라고 하는데, 그 말의 정확한 어원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붕어 낚시 때 쓰는 콩알만한 미끼에 비해 깻묵가루를 주먹만하게 뭉쳐 풍덩, 풍덩 물속에 던져 넣는 모양을 보고 그 요란함을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탄에 빗댄 듯하다.  

 대개 대낚시를 고집하는 이들에게 릴낚시나 방울낚시는 이단시 되는 경향이 있고, 무슨 어부 보듯이 깔보는 경향이 있는데 대개 원자탄이라는 미끼는 릴이나 방울낚시를 하는 이들이 많이 쓰는 것이니 ‘원자탄’이라는 말 속에는 은연 중 그들에 물량공세로 고기를 잡는 행동에 대한 빈정거림의 의도가 엿보인다.

 하기야 조용한 물가에서 모처럼 호젓한 시간을 보내려는 이에게 옆에서 주먹만한 원자탄 덩어리를 풍덩거리며 쏘아대는 게 좋게 보일 리 없을 것이다. 

 그런 빈정거림이 낳은 말 가운데, ‘멍텅구리 낚시’란 것이 있다. 
 대개 외바늘, 이봉, 아니면 많아야 세 바늘의 삼봉이 주를 이루는 붕어낚시에서 바늘이 줄줄이 매달린 ‘멍텅구리 낚시’란 게 천박하게 보였으리라. 게다가 콩알만한 떡밥을 바늘에 꿰어 붕어가 입에 넣을 대를 맞추어 재빨리 낚아채야 하는 붕어낚시에 비해, 밤톨만한 떡밥 덩어리를 매달고, 신나게 그것을 뜯어먹다가 실수로 입이나 옆구리에 바늘이 끼어 붕어가 요동을 칠 때야 비로소 기미를 눈치채고 건져 올리는 멍텅구리 낚시는 멍텅구리처럼 무미건조하고, 싱거운 낚시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대체로 멍텅구리 낚시는 낚시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들이나 어린 아이들이 주로 다루는 낚시이니, 멍텅구리라고 깔볼 만도 하다. 

 그러나 까물거리는 찌를 온종일 노려보며 잠시도 한눈 팔 새 없이 어깨 죽지에 잔뜩 힘을 넣은 채 마치 서부의 총잡이가 결투하듯 낚싯대 가까이 손을 대기시켜 놓아야 하는 붕어 낚시의 긴장감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늘 긴장 속에서 아웅다웅 지내다가 모처럼 한가함을 즐기려는 사람에겐 일촉즉발의 붕어 낚시가 고달프기만 하다. 때론 낚시를 물에 던져 놓고, 나무 그늘에 누워 수필집이라도 읽으며 나무 등걸에 매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부드러운 선율의 음악을 듣는 여유도 즐길 만하다. 그러다가 커다란 찌가 높이 솟구쳤다간 여유 있게 물속으로 숨어 들어가는 장쾌한 모습을 바라보는 즐거움도 별미라 하겠다. 

 많은 꾼들이 멍텅구리 낚시를 외도라 여기며 비난일색인 데 비해 그 여유로운 정취는 눈에 핏발이 서도록 찌를 노려봐야 하는 낚시의 묘미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라 하겠다. 이미 바늘에 걸린 고기를 끌어내는 것이 고기 잡기에 급급한 어부를 연상한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런 여유로움은 좋은 변명거리가 되지 않을까. 한시도 여유를 주지 않고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현대의 삶에서 많은 이들이 낚시를 통해 얻으려는 것이 여유로움의 정취라면 외려 그런 게으른 낚시가 정도가 아닐까.
기사입력: 2008/06/19 [14:36]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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