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낚시에서 생긴 일
납량특집 , 무섭고 우스워라!
 
이상기
밤낚시를 혼자 다닌 적이 있었다

어찌나 낚시가 하고 싶던지,,,,일터에서 끝나기가 무섭게 달려가면, 기다란 여름 해도 풀썩 지고, 겨우 입질 좀 받으려면 돌아갈 시간이다. 감질이 나서 아예 물가에서 밤을 새우기로 했다. 

그런데 한여름밤을 죄다 흘려 보내고, 아쉬움에 그 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어느 늦가을밤.
구암리에서 낚시대를 펼쳤다.  강낚시라는 게 한여름 장마 지고 나서 한철이건만 그래도 미련이 남아 강가에 청승맞게 혼자 앉아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어찌나 춥던지, 가스렌지 켜 놓고 오들오들 손을 비비고 있는데, 자정이 다 된 시각에 어떤 노인 한 분이 가방을 메고 옆에 온다.
반갑다. 이 긴 밤을 혼자 보내지 않아도 되겠다 생각하니....
그런데 이 나이드신 태공께서는 손전등도 켜지 않은 채 낚시대를 척척 펴놓고, 풍덩 떡밥을 던지더니 무언가 부시럭, 부시럭 펴든다.
커다란 비닐이다. 그것을 땅에 깔더니 갑자기 애벌레처럼 몸을 굴려 돌돌 비닐을 말고는 잠시 후,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곤다. 
'저러다 돌아가시는 거나 아닐까'
걱정만 하다 나도 자동차에 들어가 잠이 들었는데
이윽고 새벽이 되어 나가보니, 자욱한 물안개를 맞으며 노인께서 물가에 앉아 있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속으로 대선배님께 항복을 했다

역시 구암리다

매바위던가. 시퍼런 강가에 비죽 솟은 바위가 있는데
시퍼렇게 깊어서 네 칸대에도 그 절반은 덧줄은 달아야 찌가 서는 깊이다.
앉을 곳도 만만찮아 낭떠러지 끝에 앉아 보는데 해가 지면서 바람까지 불고, 옆에 앉았던 이들도 주섬주섬 대를 걷는다.
어떻게 나선 낚시인가. 매달리는 아이 떼어 놓고, 째려보는 아내 눈치보며 달려온 낚시 아닌가. 버틴다. 나만 남는다.
 
밤이 되자 시퍼런 물에서 불쑥 무어라도 나와 낭떠러지에 앉은 나를 끌어당길 것만 같다.
그런데 '쾡쾡' 무슨 쇠 치는 소리가 난다.
이 밤중에 무슨 소리인가.
잠시 후, 이번에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뒤돌아보니 언덕에 집이 하나 있는데, 무당집이었다.
 
굿을 하는 것이었다.
무어라 한참 떠들던 무당이 갑자기 노래를 하는데 나훈아의 <녹슬은 기찻길아>였다.
내가 무당굿에서 <왔구나아,,,,배뱅이가 왔구나아> 
이런 노래는 들어 봤어도 "녹슬으은 기차앗길아~~ "
이런 굿은 처음이었다. 황당했다. 
 
잠시 후, 무녀의 나레이션.
"아이고, 어머니, 내가 어머니를 두고 어떻게 떠납니까.... "
거의 남자 목소리다. 이건 웬 일인가.
가만히 들어보니,,,,,,바로 그곳에서 빠져 죽은 청년의 넋을 달래는 굿이었다. 

그러더니 무당이 밖으로 나와, 촛불을 켠 종이배를 내 바로 위에서 띄우기 시작한다.
'아이고, 저 불에 닿기만 하면 내 낚시줄은 댕강이다'
불을 켠 배가 지나갈 때마다 나는 장대같은 네 칸 낚시대를 들어올렸다. 
그러더니 이번엔 무슨 자박지를 강물에다 엎는데, 푸드덕거려서  뭔가 보니 손바닥만한 붕어들이 아닌가.
한쪽에선 고기 풀고, 한쪽에선 고기 잡고....잘 하는 짓이다.

이윽고 무당이 그 제자로 뵈는 새파랗게 젊은 여자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가니
사방은 칠흑같이 어둡고, 물은 시퍼렇게 질려 흐르는데
돌연한 바람이 거세게 불어,  낚시대를 두손으로 붙잡고 있기조차 힘들다.
오기로 물가에 버티고 앉아 있는데....
가만히 시퍼런 강물을 바라보니, 무언가 그 물 속에서 슬그머니 낚시대를 붙잡고
머리를 쑤욱 내밀 거 같은 착각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아이고, 녹슬은 기찻길아 부르던 청년인가 보다 '
나도 더 이상 못 버티고, 내 찌그러진 찦차로 들어가 쪼그리고 잠을 자는데
이게 어디 발이라도 펼 수 있단 말인가.
아예 차 바닥에 누워 의자 밑으로 다리를 집어넣은 채, 거의 구겨져서 밤을 새우고 말았다.


원대성리다

역시 혼자 낚시를 했다.
밤이 깊어져서 시각은 열한 시 쯤.
건너편 마을에 켜 있던 집집의 불들이 꺼져갈 무렵,,,,
바로 건너편 강가에서 여자의 우는 소리가 들린다.
그것도 거의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오리지날 처녀귀신 울음소리이다. 

여자의 울음 소리가 강가에서 들려오는데 그래도 강건너 일이니  견딜만한데,
이번엔 자꾸 뒤가 캥긴다.
자욱하니 소나무가 가득찬 뒷산은 먹물처럼 어둡고, 
누군가 등뒤에서 낚시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어떤 낯선 노인 비슷한 분이 바로 등뒤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생각해 보라.  
아무도 없는 캄캄한 강가에서, 슬그머니 누군가 뒤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을,,,,

그것도 앞에서는 '월하의 공동묘지'에 나오는 듯한 여자 귀신의 곡성이 스테레오로 들려오고, 뒤에서는 웬 낯선 노인이 지켜보고....
 
그런데 삼십 분쯤 들려오던 그 울음소리가 멈추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언가 시커먼 물체가 강을 건너온다.
처음에는 강물에 떠내려오는 축구공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은 떠내려 가는 게 아니라 내 쪽을 향해 일직선으로 강을 건너 오는 것이었다.
강을  절반쯤 건너 왔을 때, 나는 그것이 정확히 내 쪽으로 오는 걸 알았다.
무언가 둥근 것이 사람의 머리 같았다.
누군가 이 시각에 강을 헤엄쳐 건너온단 말인가.
 
그것이 삼십 미터쯤 거리 앞까지 다가왔을 때,  
나는 여차하면 낚시대고 뭐고 들입다 도망칠 준비를 하고
반쯤 엉덩이를 뒤로 빼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내 쪽으로 정확히 다가오던 그것은 기가 막히게도 십여 미터 앞에 이르러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멈추었다.
손에 돌멩이를 쥐었지만 던질 용기마저 잃었다.
사람의 머리 같은 그것은 서서히 방향을 틀어 내 옆 쪽으로 헤엄쳐 오더니, 
드디어 물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데....

(다음 편을 기대하시라)
이러면 혼나겠지요?
.
.
.
.
그것은 놀랍게도 커다란 개였다.
개는 내 자리에서 오미터쯤 떨어진 땅으로 기어 올라와서는
벌벌 떠는 나를 아주 무시한 채, 온몸을 후두둑 흔들어 물을 털어내고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산으로 올라갔다.
 
나는 지금도 그 개가 왜 그 야심한 시각에 강을 건너왔는지
그리고 그 강가에서 어떤 여자가 그리 슬프게 울었는지
알지를 못한다.


호명리이다

가두리 근처에서 향어가 나온다는 말을 믿고 밤낚시를 갔다.
언제나 사람 없는 곳을 즐겨 찾는 버릇에 호명리를 버리고,
남이섬 가는 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후미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수심도 좋고 조용하긴 한데 앉을 자리가 만만치 않아
거의 수직에 가까운 바위 끝에 걸터앉았다.

그런데 밤이 깊어가고, 원래 향어의 입질이 더럽지만
세칸 대에서 캐미라이트를 반 마디쯤 밀어 올린 찌가 가물거리는데
정말 일 밀림미터씩 야금거리며 들어간다.
낚시대를 쥔 손에 잔뜩 힘을 주고는 찌가 올라오기만 벼르는데
이게 그대로 꼬록 잠겨만 있는다.
 
그렇게 눈에 불을 켜고 벼르기를 수십 번,,,,
바람인지, 너울인지, 입질인지 가뜩이나 나쁜 시력으로 눈에 온신경을 모아
'이번에는....이번에는....'
두 손에 진땀이 나도록 벼르며,  거의 숨이 막히려는 순간. 

퍼드득...
으악!!

생각지도 않은 바로 내 발 밑에서
시커먼 악어만한 놈이 펄떡 솟구친다.
그 물방울이 내 얼굴에 튈 정도로 바로 코앞에서 시커먼 게 튀어 오른 것이다.  
멀리 세 칸대만 눈이 빠지게 바라보던 나는 거의 기절을 해서
퍼런 물속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나는 그 시커먼 놈이,,,,
정말 조금도 과장 안하고, 악어만한 것이 펄떡 튀어오른 뒤에
어찌나 놀랐는지 부들부들 떨며 낚시대를 집어 던진 채 차로 돌아왔다.
그게 향어라면,  내 생애 그렇게 큰 향어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셈이다. 
빌어 먹을, 그건 향어가 아니라 괴물이었다.

기사입력: 2008/07/11 [22:07]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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