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요? 우리는 놀면서 배워요."
'학급'의 의미를 되새기며
 
정현숙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다양한 행사

 © 정현숙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했던 2008학년도의 1학기를 마칠 때가 되었습니다. 방학을 앞두고 반 아이들과 몇 차례의 회의를 하여 한 학기 동안의 삶을 되돌아보고 의미있게 마무리하기 위해 마무리잔치 계획을 세웠습니다. 방학 전 1주일을 ‘마무리 활동 주간’으로 정하고 생활 평가서와 방학 계획서 세우기, 설문지를 통해 우리 반의 인물과 사건을 정리해 보고 프리젠테이션으로 정리하기, 두레별로 요리 만들어 먹기, ‘선생님들이 보는 우리 반’ 인터뷰하고 동영상 보기, 일명 ‘이제는 말할 수 있다’-그동안 친구들이나 자기 자신, 부모님과 선생님께 말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자유롭게 색종이에 써서 보물상자에 담아 두었다가 공개하는 것, 다함께 어울려 게임하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팝콘 먹으며 영화 한 편 보기…….

서로 만든 음식을 나눠 먹고, 선생님들께 갖다 드리며 감사의 인사도 하고,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얘기들을 나누고 몸을 부대끼는 게임을 하면서 정말 신나게 놀았지요.
이렇게 한 학기를 마무리하거나 한 해를 마무리할 때는 항상 아이들과 함께 만나 생활하는 ‘학급’이라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됩니다.

공동체 교육의 장 

 ‘공동체’란 무엇인가? 개인과 개인이 집단을 이루어 공동의 이익과 행복을 추구하며, 서로 다른 이해를 평화적으로 조정하고, 개인과 집단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발전을 꾀하는 사람들의 집단을 우리는 공동체라 부릅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선택의 여지없이 어느 공동체에 소속되게 됩니다. 가족 공동체와 마을 공동체, 민족 공동체가 그 대표입니다. 전통적으로 볼 때 우리 민족은 가족과 마을(혈연과 지연으로 맺어진)에 대한 강한 공동체적 유대를 가지고 서로 도우며 자연 재해나 사회적 억압․착취를 견디며 극복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전통적 공동체는 산업화․도시화로 인하여 해체되고 분단으로 인해 민족공동체 역시 파괴의 길을 걷고 있는 실정입니다. 마을이 없는 가족은 이웃을 모르는 메마른 가족 이기주의를 낳았고, 인간관계는 지연과 학연에 얽혀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문화와 차별의식을 낳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바로 이러한 사회적 변화 속에서 경쟁주의, 이기주의, 개인주의에 익숙한 인간으로 변화되었고, 교육은 이러한 왜곡된 공동체 문화를 재생산하는 첨병이 되어 왔습니다. - 개별화되고 이기적인 아이들에게 절망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사회에 분노해야지요.

이러한 조건 속에서 우리에게 절실한 인간형은 컴퓨터를 잘 조작하고 외국어에 능통하며 국제적 감각과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에 대한 사랑, 땀과 노동의 가치를 아는 감성적인 인간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인간들이 만들어 가는 미래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경쟁 위주의 척박한 삶에 지친 교사와 학생들은 교육의 현장, 노동의 현장, 삶의 현장이 사람의 냄새와 노래와 웃음으로 가득한 공동체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때문에 학교-학급을 인간적 삶의 공동체로 가꾸려 하는 것입니다. 

아직 소수이기는 하지만 교육이 없는 학교를 탈출하여 대안의 학교, 대안의 공동체 건설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들이 꿈꾸고 건설하려는 공동체의 실현은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땅의 모든 학교가 작은 학교, 자연 속의 학교를 지향하며 그렇게 변화될 수 없는 조건 속에서, 우리는 현실의 학교를 이웃과 민족의 의미를 배우고,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며, 삶을 노래하고 즐길 수 있는 희망의 공동체로 만드는 일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현실의 포기는 공동체적 삶을 꿈꾸며 살아 온 많은 교사와 학생들에게 너무나 가혹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학부모들이 자신의 자녀를 모두 실험학교나 대안학교로 보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육지가 싫다고 모두 섬으로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숨쉬며 살고 있는 육지에서 아픔을 나누며 아픔의 원인 제거를 위해 함께 노력하면서 서로를 아끼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동체적 삶이란 바로 이러한 자세로부터 나와야 합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공동체적 삶은 파괴된 공동체의 폐허 위에 새로운 집을 짓는 일과 같습니다. 이 집은 새로운 삶의 양식과 문화를 담을 수 있는 그런 집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잃어버린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새로운 공동체의 가치와 질서를 창조하려는 노력을 우리는 우리의 삶터인 교실과 학교에서 실천하려는 것입니다.

위기의 교육을 살리는 학급

그런 의미에서 학급은 바람직한 공동체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가장 적합한 실험의 공간입니다. 우리의 학교 교육은 학급이라는 구체적,실천적 단위를 중심으로 발달해왔습니다. 교수-학습 활동과 더불어 생활지도를 비롯하여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학생 활동이 학급이라는 단위 조직을 기본으로 전개됩니다. 때문에 진정한 교육의 변화와 개혁은 교육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학급의 변화를 통해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교육은 이러한 학급의 중요성에 주목하지 않고 교과 위주의 기능 교육으로만 치닫고 있으며, 그 속에서 우리 의지를 가진 많은 교사들은 좌절의 쓴맛을 삼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현실이 그럴수록 학급의 중요성은 더욱더 커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정현숙 기자는 호평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생활지도와 학급 운영에 관한 관심과 애정이 깊습니다.
 
기사입력: 2008/07/21 [01:30]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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