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초보 낚시꾼
 
이상기
 누구나 낚시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 fishing at santa monica pier     © alec ee
내가 아는 어느 분은 낚시를 하는 사람만 보면 화를 내곤 했다. 사람이 얼마나 할 일이 없으면 낚싯대 물에 담그고 우두커니 앉아 있느냐는 말이다. 실제로 그분은 누군가 물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으면 좇아가 낚싯대를 집어 던지기도 했다.

그런 별난 분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여자보다는 남자들이 낚시를 좋아한다. 서양의 잡학 사전에 보자면, 낚시의 한 줄에는 지렁이가 달려 있고, 다른 쪽에는 바보가 달려 있다는 말도 소개되어 있다. 뜨거운 땡볕에 꼼짝도 않고 온종일 까딱도 않는 찌를 바라보고 있는 낚시꾼을 보자면, 정말 어리석기가 바보 이상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누군가 말하기를 낚시의 묘미는 찌 보는 맛에 있으며, 찌의 묘미는 기다림에 있다는 말이 있다. 만약 낚시를 담그기만 하면 물고기들이 줄줄이 물고 올라온다면 그 재미는 어떨까. 아마 지구상의 낚시꾼 절반은 떨어져 나갈 것이다. 낚시는 불투명한 물 속에서 무엇을 건져내는 불확실함이 주는 즐거움이 묘미라 하겠다. 언젠가 내린천 상류의 개울에서 바위 틈 사이로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물에 낚시를 담근 적이 있었다. 물이 어찌나 맑은지 물고기 입에 낚시 바늘이 들어가는 것까지 손바닥 보듯 빤히 보였다. 몇 번 낚아냈지만 이내 낚싯대를 접고 말았다. 그것은 낚시가 아니라 노동이었다. 눈에 뵈는 뻔한 일을 반복하는 것이 즐거울 리가 없다.

직장 동료들에게 낚시를 권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호감을 갖고 우르르 남대문 시장으로 몰려가 낚시 도구 일체를 단체로 구입하고, 욕조에 찌를 담그고 찌 맞추는 법부터 열심히 배우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낚시를 다니다 보니, 대개는 중도에서 떨어져나갔다.

그런데 끝까지 낚시에 빠져 주말마다 물가로 달려가는 사람들을 살펴 보니, 그 성향이 대략 엇비슷했다. 대체로 승부근성과 집념이 강한데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화투나 카드놀이 같은 도박을 즐기는 성향의 사람들이었다.

이런 분류가 일반적인 사실은 아니겠지만, 보이지 않는 물 속에서 언제 잡힐지 모르는 물고기를 기다리며 온종일 땡볕에서 꼼짝도 않고 앉아 찌만 뚫어지게 바라보는 낚시꾼의 모습과 도박판에서 마지막 패를 조여 보는 사람의 모습은 닮은 구석이 많아 보인다.

낚시꾼도 취향이 여럿이다

낚시는 뒷전으로 미루고, 소주잔이나 주고받으며 옆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즐거움에 물가를 찾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부처럼 오로지 고기를 가마니로 잡아가려고 혈안이 된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오로지 대물 하나만 기다리며 방방곡곡 내노라 하는 월척 낚시터를 순례하는 꾼도 있다.

예전에는 주로 은퇴하여 할일이 없는 노인분들이 소일삼아 다니던 것이 낚시였다면 이제는 낚시가 대중화되면서 가족 단위로 물가를 찾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 보니, 낚시터는 소란스럽기가 시장 바닥처럼 되었다. 아이는 제 멋대로 대를 휘두르며 풍덩거리고, 애 엄마는 애를 야단치느라 악을 쓰고. 단체로 놀러 오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에는 낚싯대를 수도 없이 펼쳐 놓고는 물가에 둘러 앉아 화투판이나 술판을 벌이는데 한잔 걸치면 악을 쓰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공포의 초보 낚시꾼

초보 낚시꾼들이 갖는 잘못된 환상이 있다. 물가에 가서 낚시를 던지면 곧바로 물고기가 물고 올라오리라는 환상이 그것이다. 이런 분들은 자리에 앉은 지 삼십 분도 안되어 계속 “왜  고기가 안 잡히냐”고 아우성친다. 또 잘못된 환상은 여기저기 풍덩거리는 물고기나 물 속으로 돌아다니는 물고기가 많으면 그것이 죄다 낚시를 물고 올라올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래서 이들은 잠시 쭈그리고 앉았다가 낚시가 되지 않으면 이내 물가를 돌아다니는 물고기를 따라 뜰채를 들고 풍덩거리기가 일쑤다.

초보자들은 아무리 고기가 많은 곳이라도 그 물고기들을 한 곳으로 모으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고기를 모으기 위해 수없이 많은 떡밥을 한자리에 떨구어야 하며, 말 소리는 물론이고 발 소리도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대체로 남자보다 여자 목소리가 물 속에 더 잘 전해진다고 해서 경험이 많은 낚시꾼들은 여자 일행이 있는 자리 부근에는 앉지를 않는다.

이런 노력을 알지 못하는 초보자들은 불과 한 시간도 기다리지 못하다가 누군가 물고기를 낚는 사람이 있으면 그 곁으로 자리를 옮겨 바로 그 곁에다 낚시를 던졌다가 줄이 엉키고 풍덩거려 남의 낚시까지 망치게 하고 만다.

 실제로 남이 잘 잡는 자리라고 해서 그 부근에 던지면 잘 잡힐까? 그럴 확률은 적다. 물속의 물고기들이 얼마나 조심성이 많은지 먹이가 떨어져도 그 주변을 맴돌 뿐 선뜻 달려들어 입에 넣으려 하지를 않는다. 그러다가 주변이 조용하고 의심이 없어지면 조심스럽게 한 마리가 달려들고, 그 뒤를 따라 다른 것들이 뒤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먹는 자리의 미끼에만 몰려들 뿐, 바로 곁에 새로운 먹이가 들어와도 거들떠 보지를 않는 것이다. 그래서 노련한 낚시꾼은 고기가 넓게 퍼지지 않고 한 자리에 모이도록 일정한 자리에만 먹이를 던지는 동작이 완숙하다. 또한 지나치게 많은 먹이로 고기들이 이리저리 흩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작게 미끼를 달아 고기들이 감질나서 목을 빼고 기다리도록 만든다. 그런데 초보자들은 제 자리에서 고기를 모을 생각은 않고, 그저 잘 잡히는 남의 자리 곁에 가서 주먹만한 먹이로 풍덩거리니 거기에 잡힐 물고기가 없다.

낚시를 즐기는 꾼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초보자와 함께 낚시를 가려 하지 않는다. 초보자들을 데리고 가면, 십 분도 되지 않아 고기가 왜 잡히지 않느냐며 투정을 부리다가, 나무에 걸린 낚시줄 풀어주기, 수초에 걸린 바늘 빼내주기, 부러진 찌 바꿔 주기, 바늘에 지렁이 꿰어주기, 눈먼 고기 바늘에서 빼내 주기 등으로 온종일 머슴노릇을 하느라 제 낚시는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참, 초보자들이 하는 말이 또 있다. 배고프다는 말이 있고, 배를 불려 놓으면 그 다음에는 집에 가자고 보채는 말이다. 그러나 초보자라도 꾼이 될 성 부른 사람은 초보 때부터 그 덕잎이 다르다. 우선 조용하고 눅진하고, 제 혼자 힘으로 해내려고 애쓴다. 이런 떡잎을 가진 사람이 잘 되는 것이 어디 물가의 낚시질뿐이랴.

기사입력: 2008/08/03 [21:44]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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