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조화를 반영하는 자연의학
생명살림자연의학 (10)
 
고재섭
 2000년 가을이었습니다. 대만에서 오신 한 신부님의 발마사지 강의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자연의학을 연구하고 있던 터라 발마사지의 효능을 확인하고 싶어서였죠. 강의가 열린 서울 목동성당에는 200여 명의 청중들이 꽉 차 있었습니다. 신부님은 강의에 앞서 먼저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있으면 앞으로 나오라고 하시더니 발을 매만지고는 그 분의 질환을 미리 알고 있던 것처럼 맞추어 내셨습니다.  

너무나 신기하여 강의가 끝난 후 신부님께 발과 인체의 각 부위가 대응하는 모습을 그려놓은 차트를 얻어서는 장모님께 시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장모님의 발가락을 하나하나 마사지를 하고 있는데 어떤 부위에 이르자 장모님께서는 심한 통증을 느끼셨습니다. 신부님께 얻은 발마사지 차트를 들여다보고는 “장모님, 혹시 귀에 이상이 있지 않으세요?” 하고 여쭈었습니다. 그러자 장모님께서는 깜짝 놀라시더니 “아니 발 그림에 그런 것도 나오나? 사실은 자네들이 걱정할까봐 말을 안하고 있었는데 오래 전부터 오른쪽 귀가 잘 들리지 않고 있었어.”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이날 강의를 하셨던 분은 20여 년 전 우리나라에 발마사지를 처음 소개하셨던 스위스의 오약석 (josef eugster) 신부님이셨습니다. 신부님은 1970년 스위스 외방전교회 소속 선교사로 대만에 오시게 되었는데 심한 양무릎 관절염을 앓으셨다고 합니다. 양방 병원과 중의병원에서도 고치지 못하여 고생하던 중 스위스의 간호사가 쓴 발마사지법 책을 보고 자신의 발을 만져 관절염을 고치게 되었습니다. 신부님은 너무나 신기하여 아픈 신자들을 보기만 하면 앞에 앉혀놓고 발마사지를 해주었다고 합니다. 신부님의 발마사지로 몸을 고치는 사람이 한 사람 두 사람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대만 전국에서 신부님께 치료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신부님이 계신 본당 주변의 숙박업소가 북새통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신부님의 강의는 우리 인체의 각 기관 안에 인체 전체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고 하는 자연의학의 원리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해주었습니다.

눈동자 안에서 몸을 읽다  

헝가리의 의사 익냐츠 페츨리(1826‐1911)는 어린 시절 마당에 날아온 올빼미를 잡으려 하다가 손에 올빼미의 발톱이 박히게 되었습니다. 페츨리는 그 발톱을 빼내기 위해 어쩔수없이 올빼미의 다리를 부러뜨려야했는데, 다리가 부러지면서 올빼미의 눈동자 아랫 부분에 검은 줄무늬가 선 것을 보았습니다. 페츨리는 올빼미의 다리를 고쳐 집에서 키우게 되었는데 올빼미의 다리가 나아가자 눈동자의 줄무늬도 희미해지면서 하나의 흔적으로 남게 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페츨리는 나중에 의사가 되어 수많은 환자들을 진찰하면서 눈동자에 나타난 질병의 흔적을 연구하여 눈동자 지도를 만들게 되었고 이로써 홍채학이라는 또 하나의 자연의학 분야가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면 인체 전체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은 발과 눈동자뿐만이 아닙니다.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침술은 365개의 혈자리마다 대응하는 인체 기관이 있으며, 동양이 아닌 프랑스에서 개발된 이침요법은 우리의 귀에 인체의 모든 모습을 반영하고 있음을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지침은 우리의 손에서, 척추교정요법인 카이로프라틱은 척추에서 인체 전체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우리의 혀와 코, 얼굴에도 인체 전체가 투영되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이 만나는 합곡이라는 작은 혈자리 하나에도 위치에 따라 인체의 대응지점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부분이 모여 전체를 이루고, 그러면서 전체가 각각의 부분에 투영되어 있는 이러한 구조를 현대 물리학에서는 프랙탈 (fractal) 구조라고 부릅니다.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y자 모양의 나무 가지는 전체적으로 보아도 y자 모양이지만 큰 가지를 보아도 y자 모양이고 작은 가지를 들여다 보아도 y자 모양이며 더 작은 가지를 들여다 보아도 전체 나무 가지의 모양인 y자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허파꽈리도 프랙탈 구조여서 현미경으로 배율을 아무리 높여서 봐도 전체의 허파꽈리와 똑같은 구조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현미경의 배율이 낮았을 때는 허파꽈리의 면적이 80㎡라고 하였다가 전자현미경이 나오면서 면적은 140㎡라고 바뀌고 있습니다. 우리의 뇌, 장의 점막, 혈관 등도 모두 프랙탈 구조를 갖고 있는데 자연은 유한 안에 무한을 집어넣기 위해 프랙탈 구조를 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안은 있다  

현대의 과학자들이 최근에 와서야 밝혀낸 이러한 자연의 구조를 침술에서 보듯이 옛 선인들은 직관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불경의 화엄경에는 제석천 왕이 사는 궁전에 투명한 유리 구슬이 그물코마다 달려있는 구슬그물이 드리워져 있는데 이 구슬이 삼라만상을 비추어 구슬 속의 구슬을 들여다보면 또 그 안에 끝없이 구슬이 보이는 장엄한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관에서 우리의 몸과 마음, 인간과 자연 등의 이분법은 들어설 자리가 없습니다. 인체를 하나의 기계처럼 보고 어떤 부분이 고장나면 고장난 부분을 수리하거나 교체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하는 서양의학과 달리, 인체 각 기관의 부조화 속에서 질병의 원인을 찾고 인체에 해를 주지 않는 가운데 조화와 균형 속에서 치료법을 찾는 자연의학은 이러한 세계관의 차이에서 오는 것입니다.  

자연의학은 이러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수술을 하지 않고도 몸 표면만을 다루면서 몸 내부의 고장을 다스리는 기법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하느님의 성전이라고 불리는 우리의 몸은 너무나도 소중합니다. 어떤 경우에나 선택의 가짓수가 제한되어 있는 것보다는 선택의 가짓수가 많은 것이 좋을 것입니다.     오약석 신부님은, 병원에서 뇌수축이라는 불치 판정을 받은 여덟살 난 아이를(넘어져서 머리를 다친후 침을 흘리며 제자리를 빙빙 도는 증세의 아이를) 발마사지만으로 고친 경험을 제게 들려주셨습니다. 때로 절망스런 환자조차 자연의학에서 도움을 받을 수가 있으므로 어떤 경우에 처하더라도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 글은  “참소중한당신”에도 게재되었습니다)
고재섭 기자는 우리 약초와 안전한 먹을거리에 관한 깊은 관심과 연구에 힘쓰고 있습니다. 현 생명살림 자연의학연구원 원장.
 
기사입력: 2008/08/03 [20:46]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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