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대 찾아 저수지 한 바퀴
 
이상기
 낚시를 다니다 보면, 잘 잡히는 날보다 안 잡히는 날이 더 많다. ‘잡히는 날이 있겠지’라고 여기며 느긋한 마음으로 물가에 앉았다 오는 것도 맛이겠지만, 없는 시간을 틈내 벼르던 낚시를 나온 꾼에게 온종일 찌 한 번 움직이지 않은 채 돌아오는 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렇게 몇 번 허탕을 치고 나면 마릿수가 확실한 유료 낚시터를 찾게 되게 마련이다. 직장에 매어 사는 직장인이 한가로이 매일 낚시나 다닐 짬도 없으니 주말이나 시간을 내어 가족들 원성을 등 뒤에 두고 길을 나서게 된다. 그러자니 멀리 갈 형편도 안 되니 가까운 유료 낚시터를 찾아 손맛이라도 즐기게 되는 것이다.

유료 낚시터를 목욕탕 욕조에서 고기 잡는 거라며 깔보는 사람도 많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까닭에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교외에는 물만 고여 있는 곳이면 즐비하니 유료 낚시터가 들어서게 마련이고, 겨울에는 비닐하우스를 친 실내 낚시터까지 등장한다.

몇 번 가 보았지만, 워낙 좁은데다가 사람에 시달린 고기들이 약아져서 지형이나 요령을 모르면 돈 내고 헛고생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유료 낚시터라도 저수지처럼 자연적인 유료 낚시터를 찾곤 한다. 이리저리 물가를 찾다가 허탕을 치고 나면 분풀이 삼아 가게 되는데, 경기도 양평 개군면에 있는 향리 저수지이다.

떡붕어 마릿수로는 경기도 일대에서 첫손에 꼽히던 향리 낚시터는 마을을 휘감아 도는 자연형 저수지를 유료화하였다. 무엇보다 4만 5천평의 널찍한 저수지에 수심이 깊어 고기들의 힘이 좋았다. 내가 이곳을 즐겨 찾는 까닭은 무엇보다 확실한 마릿수와 호쾌한 찌 놀림 때문이었다. 가장 좋은 철은 오월 어린이날 전후이고, 추석을 앞둔 장마 직후도 좋다. (향어를 집어 넣은 뒤로는 떡붕어가 눈에 띠게 줄었다.) 
 
 
사람이 많이 앉은 입구 쪽을 피해 산자락 쪽의 좌대를 즐겨 찾았는데, 이 자리는 바로 일 미터 앞이 수심 3미터가 될 정도로 급경사가 진 수심이 깊은 곳이다. 떡밥과 원자탄을 섞어 오봉 이상의 잉어 바늘채비에 주먹 만하게 달아 두면 경사지이기 때문에 밑밥이 한곳으로 밀려 자리 잡게 된다. 수심이 좋고 밑밥이 한자리에 수북히 쌓이다 보니 씨알 굵은 붕어들이 달려들고, 간간히 잉어나 발갱이(한 자 정도의 어린 잉어)의 입질을 받게 되어 지루하지 않다.

처음에는 피라미로 시작되지만 일단 떡붕어가 붙고 나면 피라미가 붙을 틈이 없다. 입술이 토종 붕어와 다른 떡붕어는 콩알 만한 먹이를 입에 넣었다 뱉았다를 반복하는 입질과 달리, 피라미처럼 미끼를 뜯어먹는 습성이다. 그래서 떡밥 낚시보다는 잡고기를 잡는 원자탄 배합 미끼를 큼지막하게 써서 넣는 게 요령이다.

붕어가 붙기 시작하면 시간에 따라 크기가 커진다. 손바닥만한 떡붕어들이 잡아당기는 찌의 놀림은 환상적이다. 감질나는 붕어의 찌놀림이 아니라, 한 자짜리 찌를 깜박거리다가 슬며시 끝까지 다 올리다 못해 옆으로 쓰러뜨리거나, 물에 띄워 놓고 옆으로 끌고 갈 정도다. 그래서 고기를 낚다가 지치면 찌 보는 맛에 대를 채지도 않고 오르내리는 걸 바라보기만 했다.  장마가 지고나면 물이 흐려져서 저수지 가운데에서 놀던 잉어들이 물 가장이로 붙기 시작한다. 이때, 자칫 잘못하면 순식간에 대를 끌고 들어간다.

아는 분과 함께 갔었는데, 딴 생각에 잠겼는지 네 칸짜리 이분의 낚싯대가 스르르 끌려들어간다. “어, 저거.” 옆에서 외쳐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는다. 고기들이 낚싯대를 끌고 들어갈 때는 한번에 끌고 들어가기보다는, 받침대 끝 정도에서 잠시 멈추게 된다. 이 분이 이 때를 놓친 것이다. 화들짝 놀란 옆의 분이 받침대에 걸린 대를 끌어내려는 순간 쏜살같이 대가 물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네 칸짜리 대가 거꾸로 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데, 손잡이 부분만 남도록 거꾸로 처박힌다. 네 칸이면 7.2미터가 아닌가. 그 기다란 장대를 수직으로 끌고 들어갔으니 얼마나 힘이 센 대어란 말인가.

거액을 들여 새로 샀다는 카본 낚싯대도 아깝지만,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바늘에 걸린 고기를 놓친 안타까움에 옆의 분은 발을 동동 굴렀다. 그것을 놀리는 듯, 물 속으로 대를 완전히 끌고 들어간 고기는 잠시 후, 다시 물 위로 대를 반쯤 수직으로 깃대처럼 내보였다.

옆 분이 서둘러 릴 채비를 챙긴다. 릴을 던져 낚싯대를 건져 올릴 셈이다. 그런데 그런 낌새를 알았는지 물 위로 비죽 솟은 낚싯대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고기는 묘하게도 릴이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을 거리에서 맴돌았다. 얼핏 걸릴 듯한 거리에서 맴도는 낚싯대를 따라 옆 분은 저수지 가장이를 돌기 시작했다. 마치 놀리기라도 하듯, 그 넓은 저수지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낚싯대를 거꾸로 세우고 돌던 고기는 다시 원 자리로 돌아와서는 이내 물 속으로 곤두박질쳐서 숨어 버렸다. 한번 잠겨 버린 낚싯대는 이후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날 대를 잃어버리고, 고기에게 홀려 그 넓은 저수지를 맴돌며 무수히 릴을 던진 옆 분은 녹초가 되어 바닥에 드러누웠다. 고기가 사람을 낚는 것도 참 여러 가지다.

         (다음 편에는 ‘팔이 아프도록 고기를 잡는다?’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기사입력: 2008/08/14 [21:09]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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