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이 아프도록 고기를 잡다
 
이상기
 모든 낚시꾼들이 꿈꾸는 말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낚시가 찌 보는 재미라고 하지만, 온종일 말뚝처럼 꼼짝도 않고 서 있는 찌를 바라보노라면 모처럼 얻은 시간만 맥없이 흘려보내는 게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다고 잠시 딴  이라도 할라치면 바로 그 틈에 입질이 와 기회를 놓치고 만다. 몇 시간을 기다리던 찌가 잠시 딴 데 눈을 판 사이에 풀쩍 솟구쳤다가 주저앉는 걸 뒤늦게 바라볼 때 낚시꾼들이 내쉬는 한숨의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 겪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알 수가 없다.

쉴 새 없이 고기 있는 곳을 찾아 가짜 미끼를 던지고 고기를 홀려 잡는 서양 낚시에 비해, 한 자리에 신선처럼 쭈그리고 앉아 고요히 서 있는 찌를 지켜봐야 하는 우리 낚시는 정적일 수밖에 없다. 온종일 움직이지 않는 찌를 지켜보다가 허탕을 치고 대를 접는 낚시꾼들의 마음에 담겨진 바람이 있다면 바로 “팔이 아프도록 고기를 낚는 것”일 것이다.
팔이 아프게 고기를 잡은 이야기 몇 도막을 소개한다.

잉어님, 살려주소

지금은 물이 너무 더러워서 꺼림칙하지만, 한때 아산만 일대는 낚시의 본산이었다. 낚시에 첫걸음을 내딜 무렵, 아는 분을 쫓아 아산만 계양수로를 드나들었다. 처음에는 본류를 벗어나 두어 걸음 밖에 되지 않는 수로에 앉는 게 이상했다. 넓직한 본류를 놓아두고 야트막한 수로에 그것도 한 칸짜리 회초리 같은 대를 펴는 게 미덥지 않았다. 정말 눈곱만큼 매단 떡밥을 한 시간 가량 갈아주더니, 드디어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수초 가장이에 거의 붙이다시피 한 눈앞에서 끌려나오는 붕어들은 결코 씨알이 작지 않았다.

그 뒤로 계양수로를 이따금 찾았는데, 큰비가 내린 직후에는 밤낚시에 잉어들이 본류 가장이 석축으로 많이 몰렸다. 붕어 씨알도 좋지만, 어둠 속에서 덜커덕 걸려 버둥거리는 잉어를 끌어내는 손맛은 어디에 비길 데가 없었다.

그날도 아는 사람과 본류에서 밤낚시를 했다. 두 칸과 세 칸 대를 펴고, 혹시나 해서 한 칸짜리 짧은 대를 폈다. 밤이 이슥해지면서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세 칸 대에서 씨알 좋은 붕어들이 입질을 시작하더니, 차츰 가까운 데로 다가섰다. 달빛조차 없는 어둠 속에서 연두색 케미라이트가 바르르 떨다가 도깨비불처럼 오르내린다. 대를 채면 휘청 휘어지면서 손 끝에 느껴지는 묵직한 중량감. 찌익 하면서 낚싯줄을 잡아끄는 소리에 이어 풍덩거리는 물소리. 어둠 속에서 모습이 뵈지 않으니 더욱 크게 느껴진다.

십여 분 간격으로 이어지는 씨알 좋은 붕어들과의 씨름이 이어지더니, 바로 코앞에 넣어둔 한 칸짜리 찌가 까물거리며 물속으로 쑤욱 빨려 들어간다. 반사적으로 잡아채니, 돌을 매단 듯 꿈쩍도 않는다. 무언가 여태껏 잡은 붕어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잠시 묵직하니 그 자리에 멈추었던 것이 대를 추켜세우자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거의 회초리 굵기의 한칸 대가 낭창거리다 못해 당장이라도 부러질 듯 휘어진다. 바로 코앞에서 물을 튕겨대는 상대를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가 겨우 끌어낸다. 두어 자가 되어 뵈는 잉어다. 간신히 석축 위로 끌어올린 잉어와 함께 가쁜 숨을 내쉬고, 어둠 속에서 잉어 입에 걸린 바늘을 떨리는 손으로 빼낸다. 잘 빠지지 않는 바늘을 대강 짐작으로 더듬어 빼는 순간, 그때까지 얌전히 있던 잉어가 퍼뜩 몸을 튀어 올리며 버둥거린다. 그 순간, 삼 봉 바늘 가운데 하나가 손가락에 사정없이 박힌다. 세 개의 바늘 중 하나는 잉어 입에 걸리고, 하나는 내 손가락에 박힌 채 잉어가 버둥거릴 때마다 살 속으로 파고든다. 어찌나 아픈지 악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나는 잉어가 움직이는 데로 숨도 못 쉬고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누가 누구를 낚았는지,,,,옆의 사람이 간신히 버둥거리는 잉어를 발로 밟고서, 손전등을 비춘 뒤에야 겨우 손에 박힌 낚싯바늘을 뽑아낼 수 있었다. 정말 오지게 팔이 아프도록 고기를 낚던 밤이었다.

고기 잡다 몸살 나다

개군의 향리 저수지는 비록 떡붕어 유료 낚시터이긴 해도, 마릿수로는 실망을 시키지 않는 곳이었다. 그 뒤에 향어를 집어 넣으면서 향어들이 붕어 치어와 알들을 먹어 치우는 바람에 눈에 띄게 줄어, 조과가 떨어졌지만.

큰물이 가라앉을 무렵, 수심 깊은 쪽으로 좌대에 앉아 밑밥을 넉넉히 넣어 두면 입질이 시작되는데, 한번 고기들이 모이면 넣기가 바쁘다. 어찌나 고기들이 많은지, 잠시만 낚시를 늦게 던져도 물 위로 떠올라 시위라도 벌이듯 바글거리는 고기떼로 물이 부글부글 들끓는다. 나중에는 떡밥이 떨어져 그냥 낚시를 던져 보았더니 빈 바늘도 물고 올라왔다. 일단 고기가 모이면 바늘이 여러 개 달린 ‘인찌끼’가 잘 잡힌다. 바늘이 네 개면 네 마리가 물고 나오기도 한다. 얼마나 고기가 많이 잡히는지 이곳에 처음 낚시를 하려는 분을 데리고 갔더니, 온종일 대를 던지고 끌어올리다가 나중에는 지쳐서 좌대 위에 누워 버렸다. 그 날, 몸살이 난 그분은 다시는 낚시를 오지 않으려 했다. 정말 이곳에서 팔이 아프도록 고기를 낚는다는 말을 몇 번이고 실감했었다.

한번은 얼마나 고기가 많이 잡히는지, 기록 삼아 잡은 고기를 세어 보았다. 오백 마리를 세다가 지쳐서 그만두고 말았는데, 집에 가져가면 비린내를 싫어하는 아내가 싫어해서 붕어찜을 할 만한 큼지막한 놈 서너 마리만 챙기고 나머지는 다 풀어 주곤 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아예 작정을 하고 와서는 큼지막한 아이스박스를 두엇이나 채워 갔다. 무얼 하려고 그리 많은 고기를 가져 가냐고 물으니, 그걸 탕제원에 보내 중탕을 내려 먹는다고 했다.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빙어야 제발 물리지 마라

여기저기 물가를 찾아 대를 많이 펴 보았지만, 얼음낚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몇 번 얼음 위에 앉아 보았지만 너무 춥고, 입질도 뜸하여 그런 고문이 없었다. 얼음이 아니라도 겨울에 낚시를 들고 나서는 걸 꺼리게 된 일이 있다. 처음 낚시에 정신없이 빠질 무렵이었다. 겨울이 되면서 웬만한 물 낚시가 마감이 되고나니, 겨울이 그리 무료할 수가 없었다. 겨우내 따뜻한 방바닥에 배를 깔고 낚시잡지를 뒤적이다 보면, 당장 물가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에 빠진다. 잡지에 나온 낚시사진이나 겨울철 낚시 기사에 낚이고 만다.

그렇게 낚시가방을 메고 춘천이나 화천으로 내달렸다. 빙어 철이 되어서 춘천 소양댐 주변의 선착장에서 빙어 낚시를 한 적이 있다. 그날따라 어찌나 춥던지(절대 집이나 차안에서 날씨를 가늠할 것이 아니다), 볼이 에일 정도로 찬바람이 불어대고, 물가에 쪼그리고 앉아 가닥가닥 복잡하게 늘어진 가지바늘 채비에 구더기를 꿰어 던지면 송사리만한 빙어들이 물려 나오는데, 그것을 빼내자면 장갑을 벗을 수밖에 없었다. 물이 묻은 손가락은 금세 얼어버렸다. 나중에는 어찌나 고통스럽던지 빙어가 제발 물리지 않기를 바랄 정도였다. 콧물은 쉴 새없이 나오고, 물 묻은 손가락은 얼다 못해 끊어질 듯 아프고,,,, 모처럼 벼르고 나선 낚시니 쉽게 포기할 수도 없고,,,,,,

이따금 낚시터에서 만나는 손가락 없는 꾼들이 생각났다. 겨울 낚시를 다니느라 동상이 걸려 손가락 몇 개씩 잘랐다는 이야기가 거짓말이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그 뒤로 화천이나 춘천댐 부근에서 피라미 낚시를 하긴 했지만 지금도 겨울 낚시라는 말만 들어도, 팔이나 손가락이 끊어질 듯 아파온다.
기사입력: 2008/08/21 [21:05]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