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밑에'도 소용없다!
 
이상기
바다낚시를 간 적이 있다.
찌 보는 게 민물낚시의 즐거움이라면, 탁 트인 바다에서 힘 좋은 고기들을 끌어올려 즉석에서 회를 치는 맛은 바다낚시의 즐거움이라 하겠다.

아는 분들과 어울려 동해로 배낚시를 갔다. 바다낚시는 모두 초행이고, 그 중에 해병대 출신 한 분이 있어서 그나마 조금 믿음직했다. 배를 빌리는데, 겨우 삼십 분의 시간이란다. 그것 가지고 무얼 하나 싶어 뱃삯을 조금 더 치르고 한 시간 동안 배를 빌렸다.

배를 타고 해변의 풍경이 안 보일 쯤 바다로 나가니, 어떤 양식장 옆에 배를 맨다. 파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양식장 부표에 묶인 움찔거리며 잔 너울에 위아래로 흔들렸다.

선장의 지시에 따라 미끼를 달고 뱃전에 붙어 낚싯대를 드리웠다. 얼마 쯤 지나지 않아 낚싯대가 요동을 친다. 까딱거리다가 물 속으로 휘청 휘는 대를 붙들고 열심히 릴줄을 감아 올리니, 손바닥만한 가자미가 올라온다. 배가 노란 참가자미란다. 가마지 식혜를 만드는 바로 그 가자미인데, 뼈도 연하여 바로 칼로 잘라 회로 먹는다고 한다.

그만그만한 가자미가 심심찮게 올라오는 재미에 여기저기에서 환호성이 터진다. 한창 낚시에 빠져 있는데, 얼마지 않아 주변이 조용해졌다. 어쩐 일인가 싶어 주변을 돌아보니, 뱃고물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사람, 뱃바닥에 벌러덩 누워 있는 사람...... 배 멀미가 시작된 것이다. 불과 이십 여 분 지났을까. 낚시에 집중한 탓인지, 배라고는 처음 타 보는 나는 멀미를 느끼지 못했다. 다만 바늘에 미끼를 꿸 때, 눈이 어지러우며 약간 속이 편치 않았다.

 노랗게 된 얼굴로 ‘돌아가자’고 아우성치는 동료들을 못 본 척하며 나는 낚시에만 몰두했다. 삼십 분도 못 채우고 돌아간다니, 한 시간이나 치른 배 삯도 아깝고, 연거푸 잡혀 올라오는 가자미들과도 헤어지기 아쉬웠다.

 내 눈치만 살피던 일행 가운데 선임 한 분이 조심스럽게 옆으로 다가왔다.
 
“아무래도 이제...”

무언가 곁에서 이야기를 하던 그분 옆으로 누런 것이 튀어 바다로 날아갔다. 아뿔싸! 배 바닥에 잡아 놓은 가자미가 튀어 나갔다 보다고 바다 밑을 들여다보는데, 옆의 분이 입을 가리고 손사래를 친다.

이야기 도중에 나오는 구토를 어쩌지 못하고 바다에 쏟아낸 것이다. 놀랍게도 그렇게 바다에 토한 뒤로 입질이 어찌나 맹렬히 이어지는지, 밑밥을 준 셈이 되었나 보다. 이 지경이 되고 보니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 없어 그만 낚시를 포기하고 철수하고 말았다.

신기하게도 배에 엎어져 있던 일행들은 배에서 내려 뭍에 오르자, 언제 멀미를 했냐는 얼굴로 멀쩡했다. 유일하게 멀미를 하지 않았던 나는 배 멀미가 얼마나 고통스럽기에 그걸 못 참고, 잘 되는 낚시를 망쳤느냐고 원망조로 물었다. 한 분이 말하기를, 배 멀미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바다 가운데로 뛰어내리고 싶었다고 했다.

이내 원기를 찾아 가자미회 맛을 본 일행들은 언제 바다로 뛰어들 사람들이었나 싶게 용기를 얻어 이튿날, 다시 출조를 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멀미 방지 패치 ‘귀밑에’라는 것을 붙이고 가기로 했다. 다시 배를 빌린 일행들은 이튿날, 귀밑에 하나 같이 패치를 붙인 뒤 낚싯배에 올랐다.

배가 바다로 나가 드디어 낚시가 시작되었다. 입질은 어제처럼 잘 되었고, 이십 분이 넘도록 환호성이 이어졌다. 그런데 삼십 분쯤 되었을 때인가. 해병대 출신 일행이 돌연히 낚싯대를 집어 던지며 바닥에 드러누우며 소리 높여 외쳤다.

“귀밑에 소용없다!”

그 외침을 신호라도 되는 듯, 하나둘 배 바닥에 쓰러지기 시작하는데...정말 난감한 낚시였다. 나는 이후로 해병대에서 함상훈련이라는 걸 어떻게 시키는지 심히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사입력: 2008/08/28 [10:51]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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