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가 되어 돌아오다
김병기의 낚시일기 (2)
 
김병기

그렇지 않아도 온갖 잡기를 즐기느라 식구들의 눈총을 받던 사람이 아닌 밤중에 낚시도구를 한 짐 싸들고 집에 가니, 어떤 아내가 반가워 하겠는가.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식구들을 "의사의 처방" 이라는 강력한 핑계로 잠재우고, 아내의 지원을 약속 받았다.

다음날 어머니와 아내의 전폭적 지지 속에 첫 출조에 나섰다.
낚시 도구에 비닐 돗자리, 햇빛 막을 우산, 김밥 도시락에 과일, 우유, 보온병에 뜨거운 커피까지 바리바리 챙기니, 보따리가 거의 단칸방 이삿짐 수준이다.

청량리 시장앞에서 출발하는 166번 버스를 타고, "청삼 할아버지"가 일러 준 대로 팔당 지나 능내에서 내리니, 과연 동네가 있었다. 동네를 가로 질러 방앗간을 찾고, 물가를 따라 700미터를 가며 미루나무 세 그루를 찾는데, ‘아, 무슨 미루나무가 그리도 많은지...’ 허리가 아프도록 헤매다가 대충 경치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건너편의 묘지를 찾는데 ‘아, 무슨 묘지는 또 그리도 많은지......’

첫 술 밥에 배 부르랴. 오늘은 연장 다루는 법이나 알아봐야겠다.
우선 돗자리를 펴고, 음식 쉴까 봐, 우산을 펼쳐 그늘 만들어 음식 보따리 잘 모셔 놓고, 돗자리에 어제 산 낚시도구를 펼치니 다음과 같았다. 

낚싯대 4대, (1.5 2.0 2.5 3.0 )
앞꽂이 4개, 뒷꽂이 2개 (대, 소)
바늘, 납 ,목줄 등을 담는 플라스틱 케이스 (제일 큰 거)
의자 (등받이가 높이 조절되는 크고 비싼 거)
떡밥 2봉지 (토끼표)
떡밥 비비는 양은그릇
살림망 (특급 호텔급)
뜰채(최신형: 고래도 잡을 만큼 큰 거)
비옷
칸델라
찌통 (우끼 8개 들은)
구급약(머큐로크롬, 일회용밴드,)
의자에 꽂는 조그만 양산
책(초보 낚시)
.......

며칠 후 알게 되었지만, 뒷동산 가는 놈이, 에베레스트 가는 장비 챙긴 격이라. 어쨌든 책을 봐 가면서, 앞꽂이와 뒷꽂이 공사를 하는데, 아무리 내가 건축쟁이지만, 자갈밭에 맨손으로 파일 공사라니, 흙이라곤 전혀 없는 자갈 위에 갖은 고생 끝에 낚싯대 3 대를 어찌, 어찌 얹어놓으니 벌써 점심때라.  

그래도 한 마리는 잡아 보고 점심을 먹어야지.
"청삼 할아버지" 일러준 대로, 우끼 달아 높이를 맞추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낚싯대를 흔들어 목표 지점에 던지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그래서 또 어찌 어찌 맞춰놓고, 떡밥을 비비는데, 원 별 게 다 어려울 줄이야. 처음부터 물을 너무 많이 부어 아주 곤죽이 되었다.  

그래서 또 어찌 어찌 비벼놓고, 의자에 턱 앉아, 제법 강태공의 폼으로 바늘에 떡밥을 다는데,....... 정말 낚시 때려치울 뻔했다.  간신히 매달아 던지면, 바늘은 이 쪽에 떨어지는데, 저 쪽에서 퐁당 소리가 난다. 나중에 보니 뒷쪽에도 떡밥의 흔적이..... 팔이 아프고, 허리가 지끈거릴 때 쯤 어찌 어찌 대충 대충 완성을 했는데, 우끼가 하나는 잠겨서 보일락 말락이고, 하나는 장승처럼 솟았고, 또 하나는 삐딱해서 마음에 섭섭했지만.
"그래 처음이니까,,, 그리고 우끼 안 맞는다고 고기가 안 물겠냐?"
스스로 위로하며 담배를 피워 물고, "입질" 오기를 기다렸다. 

상당한 운동량 덕분에 배도 제법 고팠지만, "그래도 한 마리는 잡고 먹어야지...." 하며 커피 한잔으로 붕어 오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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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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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난 쫄쫄 굶고, 손에 대일 밴드 붙이고, 깜깜해져서야 거지꼴로 집에 돌아왔다.

김병기 기자는 아름다운 집과 삶을 꿈 꾸는 건축사입니다.
 
기사입력: 2008/11/21 [16:03]  최종편집: ⓒ 남양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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